필리핀 사형제 부활 ‘잰걸음’…유엔, 국제협약 위배 경고

필리핀 사형제 부활 ‘잰걸음’…유엔, 국제협약 위배 경고

입력 2016-12-11 10:35
수정 2016-12-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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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강력범죄 응징을 명문으로 사형제 부활에 속도를 내면서 국제 인권기구와 가톨릭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살인과 강간, 납치, 마약 밀매, 반역 등 20여 가지의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하원은 반대 의견도 고려해 사형제 적용 범위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 사형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면 상원 의결도 거쳐야 시행된다.

지난 6월 말 취임과 함께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사형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의회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총알도 아깝다. 강력범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사형제가 재도입되면 매달 50명의 죄수를 교수형에 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1987년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1993년 살인과 아동 성폭행, 납치 범죄에 한해 부활한 뒤 2006년 다시 없앴다.

필리핀의 사형제 부활이 점차 가시화되자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반발하고 나섰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필리핀 상·하원 의장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사형제 재도입은 사형을 금지하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2 선택의정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은 2007년 이 의정서를 비준했다.

필리핀 가톨릭계도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사형제에 반대하고 있다.

마닐라 대교구는 성직자와 신도들에게 11일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 사형제 부활에 반대하는 기도를 할 것을 당부했다. 필리핀에서는 전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주요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는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증거나 연구 결과도 없는데도 하원 법사위가 법안을 의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형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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