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하임리히요법’ 창안자 하임리히 박사 96세로 타계

응급처치 ‘하임리히요법’ 창안자 하임리히 박사 96세로 타계

입력 2016-12-18 11:27
수정 2016-12-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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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상태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요법’을 창안해 전 세계 수많은 인류를 구한 헨리 하임리히 박사가 96세로 영면했다고 미국 언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임리히 박사의 아들인 필은 이번 주 초 심장 질환으로 고통받던 아버지가 이날 오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의 크리스트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AP 통신에 전했다.

기도나 목구멍이 막혀 환자가 말을 못하거나 숨을 쉬지 못할 때 옆에 있던 사람이 환자를 세운 뒤 양팔을 환자 갈비뼈 밑에 두르고 배꼽 위 부위부터 양손으로 세게 당겨 목에 걸린 내용물을 토해내게 하는 게 하임리히요법이다.

환자의 복부 부위를 한쪽 팔로 감싸고 다른 팔로 어깻죽지 가운데를 힘차게 내리쳐 토해내게 하는 방법도 이에 속한다.

델라웨어 주 웰밍턴 출신으로 1943년 코넬 의대를 졸업한 흉부외과 전문의인 하임리히 박사는 신시내티 유대인 병원에서 일하던 1974년 하임리히요법을 개발했다.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하임리히 박사는 2012년 한 초등학교 강연에서 하임리히요법 탄생 뒷얘기를 공개했다.

그는 1972년 많은 사람이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질식해 숨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를 막을 처치법을 고민하다가 실험실 개의 목에 튜브를 삽입하는 실험을 했다.

하임리히 박사는 질긴 고기가 튜브 사이에 막히자 주먹으로 개의 위를 압박한 뒤 횡격막 쪽으로 쓸어올렸다. 공기를 유입해 음식물이나 다른 물질을 기관 바깥으로 빼내기 위해서였다.

개의 폐를 계속 압박하자 튜브 사이에 있던 고깃덩어리가 튜브 바깥으로 튕겨 나왔고 개는 질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후 공공보건기관과 항공사, 식당협회 등에서 하임리히요법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83세이던 2014년, 한 골프 행사에서 행사 진행자가 치즈를 먹고 숨 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즉시 하임리히요법을 실시해 그를 구해냈다.

하임리히 박사 자신도 올해 5월 은퇴자 시설에서 식사 중 기도가 막힌 동료 거주자 팻 리스(87)에게 하임리히요법을 실시해 목에 걸린 햄버거 조각을 토해내게 했다.

수없이 하임리히요법을 시연한 하임리히 박사가 응급 상황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요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임리히 박사는 생전에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 요법을 활용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며 “이 요법으로 살아난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임리히요법 개발 후 미국에서만 약 10만 명이 질식사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적십자사는 질식 환자를 구하려면 하임리히요법 대신 환자의 등을 두드리는 게 먼저라고 권고했지만, 하임리히 박사는 등을 두드리면 기도에 막힌 물질이 기관 안쪽으로 더 깊게 들어간다고 반대했다. 미국 심장학회는 하임리히 박사의 의견을 지지한다.

하임리히 박사는 또 군의관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1962년 흉부 손상 환자에게 즉시 흉관 삽관을 시행한 후 흉막강 내 혈액과 공기를 빼내어 호흡을 개선하기 위한 이동식 장비인 하임리히 밸브를 고안해 베트남 전쟁에서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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