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생일 교황 “나이드는 것 두렵지만 지혜로워지길”

80세 생일 교황 “나이드는 것 두렵지만 지혜로워지길”

입력 2016-12-18 11:43
수정 2016-12-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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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8명 초청해 아침 식사…오바마, 축하 메일서 “쿠바 화해 도와줘 감사”푸틴, 축전 보내고 전화통화도…“러-교황청 관계 질적 강화에 큰 기여 평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80세 생일 아침에 노숙자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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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P 연합뉴스
교황은 팔순 생일을 맞은 1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서 기거하는 노숙자 8명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1936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2013년 중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현지시간) 꼭 80세가 됐다.

교황의 생일에 초청받은 노숙자들은 생일 선물로 해바라기 꽃다발 3묶음을 가져갔고, 교황은 이를 자신의 처소인 바티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의 예배당에 놓아뒀다.

교황청은 또 교황의 생일을 기념해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자들에게 케이크, 교황 사진과 작은 선물을 나눠줄 계획이다.

교황은 이날 아침 바티칸 파올리나 예배당에서 로마에 거주하는 추기경들과 봉헌한 특별 미사에서는 “노년이 평화롭고, 지혜로울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특별 미사 말미에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지난 며칠간 내 마음속에 있었다”고 고백한 뒤 키케로 등 고대 로마 시인과 철학자들을 인용, “노년은 ‘지혜에 갈급한 시기다. 내 노년도 이랬으면 좋겠다. 평화롭고, 신앙심이 깊고, 유익하며, 기쁜 노년이 되도록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의 팔순을 앞두고 교황청이 축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영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7개 언어로 연 이메일 계정에는 전 세계에서 생일 축하 인사가 답지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라틴어로 보내진 이메일 1천 통을 포함해 총 5만 통의 축하 이메일이 도착했다.

축하 메시지 전송에 동참한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과 행동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자비와 희망, 평화의 메시지를 불어넣었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교황이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 화해에 기여한 것에도 감사를 표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교황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고 직접 전화통화도 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교황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그가 러시아와 바티칸 간 관계가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강화되는데 개인적으로 크게 기여한 점을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과 교황은 또 분쟁 지역에서의 기독교 보호 문제와 종교 간 건설적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견해를 교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특별 미사 이후에는 바티칸에서 몰타 대통령의 알현을 받고, 교황청 고위 주교들을 만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일 스카이 애틀란틱 방송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내 교황 재위 기간이 4년 또는 5년으로 짧을 것이라 느낀다”며 “매우 희미한 느낌이지만 신이 나를 짧은 시간 동안만 여기에 둘 것이라는 예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추기경 등 다른 성직자들은 80세가 되면 직무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하지만, 종신직인 교황은 은퇴 연령이 따로 없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째에 접어든 2013년, 86세 생일을 앞두고 고령과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13년 초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즉위한 교황은 그동안 여름철 짧은 휴가조차 가지 않은 채 직무에 몰두하며 전 세계 평화와 인권, 난민 문제, 환경 문제, 종교 간 대화 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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