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조노 시즈오카 현립대 교수·기미야 도쿄대 교수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후에도 일본과 미국은 서로 필요에 의해 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할 것으로 일본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전망했다.취임 이후 주일미군 주둔비 문제나 무역 관련 이슈에서 다소 갈등이 있겠지만, 안보 면에서 동북아시아 안정에 대해 의기투합하는 만큼 양국 동맹관계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靜岡)현립대(국제관계학) 교수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본과 미국 관계는 불확실성 투성이”라면서도 “확실한 것은 두 나라의 기본적인 동맹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세계의 경찰’ 역할을 포기하겠다고는 말했지만 일본, 한국과의 동맹 관계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전보다 안보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부담을 주면서도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줄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일 동맹 유지야 말로, 그동안 미국의 관여 속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발전을 지속해온 일본이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굳건한 미일 동맹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쿠조노 교수는 그러면서 주일미군의 주둔비에 대한 일본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대해 일본 측은 현재 내는 금액이 작지 않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본은 미군이 주둔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며 “선거 기간 트럼프가 했던 ‘안보 무임승차’ 주장은 사실을 정확하게 모르고 한 발언일 수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국제정치학) 교수 역시 트럼프 시대의 미일 관계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것이 없지는 않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미국 제일주의를 외쳤지만 동맹에 대한 배려 없이 고립주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가 동맹국에 대한 배려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한국은 미국이 강경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좀 더 고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미야 교수는 북한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미국을 사거리에 두고 있는 소형화된 핵탄두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만약 트럼프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믿게 된다면 한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강경 정책 또는 유화정책을 선택하든 북한은 지금과 달리 대화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정권의 대북 정책이 어떨지에 따라 남북관계, 일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인 만큼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전과 달리 진보한 미사일과 핵병기를 가진 현실적인 위협이라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며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든 한국의 차기 정부는 일본,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해서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내에서는 무엇보다 차후 트럼프 정권의 경제정책에 우려가 크다.
이달 초 트럼프 당선인이 도요타 자동차를 지목해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비판하자, 도요타가 향후 5년간 총 1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며 백기를 든 데서도 그런 기색이 역력하다.
오쿠조노 교수는 “일본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대외 경제 정책이 큰 걱정일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미국 내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해외 기업들을 더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유권자 기대에 부응하려고 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생산도 미국에서 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미야 교수는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만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구조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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