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세계무역 30% ‘거대 경제권’ 눈앞… 韓 수출 악재

日·EU 세계무역 30% ‘거대 경제권’ 눈앞… 韓 수출 악재

이석우 기자
입력 2017-07-06 23:42
수정 2017-07-0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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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원칙적 합의 공식 선언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동반자협정(EPA)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2013년 협상이 시작된 뒤 4년 만으로, 6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EPA의 원칙적 합의를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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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세부 조정을 진행한 뒤 연내 협정을 공식 타결할 계획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5일 브뤼셀에서 EU의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EPA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발표했다. 관세 철폐 품목의 비율을 뜻하는 ‘자유화율’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95%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EPA는 EU가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세계 인구의 8.6%,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8.4%, 세계무역 규모의 30%를 차지하는 초대형 자유무역 경제권의 출범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이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대등한 규모다.

EU는 그동안 일본과 EPA를 체결하면 장기적으로 양측 간 무역 규모가 3분의1 정도 늘어 EU 경제는 0.8%, 일본 경제는 0.3%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장해 왔다. 한·EU FTA가 발효된 지 6년 만에 EU와 일본의 EPA 체결로 그동안 EU 시장에서 FTA 선점 효과를 누렸던 자동차, 전자 제품 등 한국 수출 상품들의 경쟁력에 영향이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이던 EU의 일본 자동차 수입 관세(10%) 폐지와 관련, 양측은 EPA 협정 발효 7년 안에 완전 폐지에 합의했다. 일본은 한국과 EU 간 FTA처럼 협정 발효 5년 이내에, EU는 10년 이후 수입 관세 폐지 방안을 고수했지만 이 같은 절충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산케이신문은 “EPA의 큰 틀 합의로 일본 자동차업계가 그동안 한국에 빼앗겼던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아 올 계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2009년 70만대였던 일본 차의 유럽 지역 수출은 최근 연간 60만대 선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2011년 EU와 FTA 발효 뒤 한국은 2009년 약 35만대였던 대유럽 차량 수출을 지난해에는 40만대 선으로 늘렸다. 현대차는 지난해 유럽 생산량을 2009년의 3배로 늘렸다. EU 시장의 한국 자동차 제조사의 점유율은 4.1%에서 6.3%로 높아졌다. 반면 일본 제조사의 점유율은 13.1%에서 12.7%로 낮아졌다.

EU는 최대 14%를 부과 중인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즉시 관세를 철폐하되, TV에 한해서는 5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자동차와 함께 양대 쟁점이었던 EU산 치즈의 일본 수입 관세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EU 측은 EU산 전 품목에 대해 관세 철폐나 인하를 요구해 왔지만 일본 측은 자국 내 낙농가 보호를 위해 이를 거부해 왔다.

니혼슈(일본 청주)와 일본 녹차 관세도 협정 발효 시점에서 즉각 철폐하기로 했다. 대신 일본은 EU 와인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일본은 EU산 와인에 수입 가격의 15%와 1ℓ당 125엔(약 1270원) 중 낮은 것으로 관세를 매기고 있다. 양측은 EU가 일본에 수출하는 파스타(1㎏당 30엔·약 305원)와 초콜릿(10%)에 대한 관세도 10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합의에 대해 일본 자동차업계는 환호했지만, 일본 낙농가들은 반발하고 있어 협상 최종 타결의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유럽산 공세로 인해 일본산 치즈의 소비 감소 등 낙농가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EU 치즈의 공세가 우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국산 수요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란 홋카이도 낙농업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농축산 생산자 단체인 일본 농업협동조합연합회(JA) 나카야 도오루 차기 회장은 “일본이 EU에 양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아베 정권이 최근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이후 외교적 성과와 ‘아베노믹스’ 지속을 위해 EU와의 합의를 서둘렀다는 비판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권이 미국의 TPP 이탈 뒤 유럽과의 EPA를 성사시켜 아베노믹스의 재가속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풀이했다.

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EPA 합의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농가 수입 향상으로 농촌 지역을 석권하고 있는 대중 영합주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정부가 EPA를 통해 농업 등 효율이 떨어지는 분야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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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7-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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