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성명 ‘주한미군 유지’ 문구 빠져··장관회견도 갑자기 취소

한미 안보성명 ‘주한미군 유지’ 문구 빠져··장관회견도 갑자기 취소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10-15 06:39
수정 2020-10-1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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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전작권 전환 조건 조기 구비하겠다”
에스퍼 “모든 조건 갖추려면 시간 걸릴 것”
성명에서도 전작권 FOC평가시기 특정 안해


성명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 빠져
국방부 “병력 감축 의미는 절대 아니다”
에스퍼는 모두발언서 방위분담금 인상 압박


관행이던 한미 장관 기자회견 미측이 취소
미 대선 앞두고 곤란했더라도 ‘외교 결례’
에스퍼 의제 아닌 인도·태평양 전략 강조
서욱(왼쪽 두번째) 한국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오른쪽 첫번째) 미국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다. 주미대사관 제공
서욱(왼쪽 두번째) 한국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오른쪽 첫번째) 미국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다. 주미대사관 제공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알링턴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을 열고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예년과 달리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가 빠졌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미래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추진하는 시점도 명시하지 않았다. 특히 사전 조율됐던 양 장관의 공동기자회견도 갑자기 취소됐다.

●모두발언부터 느껴진 온도차

양 장관은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며 핵전력을 과시한 가운데 한미 국방장관이 ‘확장억제’를 언급하며 동맹을 강조한 것은 동일했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서는 온도차가 느껴졌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서 장관은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하겠다”고 했지만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또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집단 안보 비용을 분담하는 보다 공평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이어 “미국은 신남방정책과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안보를 위한 한국의 기여가 증대된 것을 환영한다. 우리 두 나라는 함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했다.

●공동성명 내용 예년과 달라져

국방부는 이날 오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7항에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었는데 올해는 이 부분이 빠졌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며 ‘주한미군 감축’을 언급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 숫자보다 공동방위를 강조하는 취지”로 이해해달라며 “병력 감축을 의미하는 것을 절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측이 ‘주한 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를 넣자고 주장했음에도 미국 측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성명에서 11항에 ‘양 장관은 2020년에 미래 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전략문서 발전 등 검증평가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는 부분도 들어가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9년에 2020년으로 FOC 시기를 잡아놓았다가 여러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특정을 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권 내 전작권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정한 건 조건 개념이지 시간 개념은 없다”며 “공약은 그렇지만(임기 내 전환이지만) 국정과제는 ‘조속한 (전환)’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 안되는 양 장관 공동기자회견 취소

이날 한미 국방장관은 SCM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취소됐다. 미국 측의 요청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측이 내부 사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북 외교를 치적으로 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공고한 대북 방어 태세를 강조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공중급유기까지 타고 대면협의를 위해 서 장관이 미국에 온 뒤에 공동기자회견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날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SCM의 의제가 아닌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를 지원사격했다. 또 현행 방위비 분담금 구조가 미국 납세자에게 불리하다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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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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