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신상태 정상” 크렘린 반박…서방언론은 “글쎄”

“푸틴 정신상태 정상” 크렘린 반박…서방언론은 “글쎄”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3-17 13:38
업데이트 2022-03-1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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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러시아,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도자 건강 숨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오판’을 낳은 원인 중 하나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직접 나서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을 부인했지만 서방 세계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2000년부터 푸틴 대통령을 지켜본 여러 사람이 그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냉철한 통제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과거에 비해 푸틴 대통령의 외양이 부어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두고 서방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암이나 뇌종양 등을 앓고 있거나 스테로이드 중독에 빠졌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사진에서 6m에 이르는 대형 탁자의 양끝에 두 정상이 앉았던 것이 화제가 됐다.  크렘린 제공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사진에서 6m에 이르는 대형 탁자의 양끝에 두 정상이 앉았던 것이 화제가 됐다.
크렘린 제공 AFP 연합뉴스
짐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푸틴은 코로나19에 대한 편집증 때문에 모스크바에서 수개월 동안 고립된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주장은 그동안 그가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조차 긴 테이블로 거리를 띄워 앉은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인 데서 비롯됐다.

텔레그래프는 “푸틴에게 심각한 질환이 있다면 이런 극단적 조치가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 결과 이런 행동이 나타난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푸틴은 항상 계산적이고 냉정했지만, 이번은 다르다”며 “그는 변덕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아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국무장관직을 수행했던 그는 푸틴 대통령을 여러 차례 직접 대면한 적 있다.

크렘린궁은 16일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을 부인하며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고 있고 정신 상태는 정상적이다”고 반박했지만 서방 언론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서방 언론이 긴 테이블을 문제 삼으며 푸틴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한 뒤 크렘린궁은 푸틴이 대중 앞에 나서거나 보통 크기의 테이블을 사용하는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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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물학청장 보고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의생물학청장 보고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베로니카 스크보르초바 의생물학청 청장을 만나고 있다. 2022.3.16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서방 언론은 과거 소련 또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정상의 건강 상태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은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발표 또한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고 의심한다.

물론 미국 등 서방국가라 해도 최고 지도자의 건강 상태를 100% 공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폐쇄적인 정치 체제 특성상 러시아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엔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1964년부터 소련을 이끈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은 1970년대 후반에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을 앓고 있었지만 자국 방송과 측근들은 전 세계에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1982년에 사망했다.
승무원과 만나는 푸틴
승무원과 만나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승무원들을 만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2.3.5
AP 연합뉴스
콘스탄틴 체르넨코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또한 최고 지위에 올랐을 때 병을 앓고 있었으나 정부는 이를 감췄다.

1985년 2월 체르넨코가 지도부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방송 연설을 할 때 크렘린궁은 그가 입원하고 있던 병실이 마치 집무실인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체르넨코는 한달도 안돼 심각한 폐기종과 울혈성심부전 등의 증세로 사망했다.

소련이 붕괴하고 현 러시아 연방의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도 심각한 알코올중독 증세 등을 보였지만 측근들은 이를 은폐했다.

수년간 심장질환을 앓고 알코올중독도 극복하지 못한 그는 1999년에는 외모가 붓고 말끝도 흐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결국 대통령직에서 사임하며 후계자로 푸틴 대통령을 지목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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