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출처: 사우디 인권단체 사형집행취소(Reprieve)
가족은 뉴스를 통해 그의 죽음을 알게 됐고, 그의 시신도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사우디 인권단체 사형집행취소(Reprieve)와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가 발표한 ‘유혈과 거짓말:무함마드 빈살만의 사형 왕국’ 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민낯을 고발했다.
인권단체는 특히 사형 집행이 2015년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즉위하고 그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잡은 뒤 2배 이상 늘어난 점을 주목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집권기는 사우디 왕국의 전례없는 ‘유혈의 시대’로 평가된 이유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권력과 재력을 갖고 있다’는 뜻의 ‘미스터 에브리싱’이란 별명이 있다.
사우디아리비아 연간 사형 집행건수. 출처: 유럽사우디인권기구(ESOHR)
사우디 당국은 지난해 3월 12일 하루 81명을 사형해 근대 역사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하루 사형 집행 건수를 기록했다. ‘사법 학살’이란 표현이 들어맞는 가운데 사형수 중 최소 41명은 2011~2012년 정치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2019년 4월 23일에도 37명의 사형 집행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6명은 미성년일 때 저지른 경범죄 혐의로 목숨을 잃었다. 보고서는 사형 집행이 반체제 인사와 시위대의 입을 닫기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단 2년, 2020년과 2021년 사형 집행 건수가 대폭 줄어든 시기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비판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돼 대미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시점과 일치한다.
‘유혈과 거짓말:무함마드 빈살만의 사형 왕국’ 보고서의 표지
무함마드 왕세자는 2020년에 미성년자, 2021년 가벼운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중단한다며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만 처형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국제 사회의 비판에 그가 2021년 공언한 형법의 성문화와 공포도 기약이 없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집행이 재개됐다.
인권단체는 “유엔의 거듭된 경고에도 사우디는 사형집행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사형집행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시신 송환도 거부해 고문과 학대를 은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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