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자료사진
31일(현지시간) 공개된 클래런스 토머스(75) 대법관의 연례재정공개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텍사스의 부동산 사업가 할런 크로가 제공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텍사스주 댈러스를 오간 사실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과 폴리티코 등 매체들이 보도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지난해 5월 댈러스에서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하면서 크로가 제공한 비행기를 탔다고 소개하고, 그때 크로가 비행기 이동 및 식사 비용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대법관은 ‘신변 안전’ 때문에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그 무렵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뒤집을 것이라는 판결 초안 내용을 폴리티코가 보도하면서 신변에 불안을 느껴 자가용 비행기를 썼다는 취지다.
토머스 대법관은 또 지난해 2월 역시 댈러스에서 열린 AEI 콘퍼런스에 참석했을 때도 크로가 식사와 자가용 비행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때는 예기치 못한 악천후 때문에 자가용 비행기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같은 해 7월 뉴욕주의 애디론댁 산지를 여행했을 때도 크로의 도움으로 자가용 비행기를 공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대법관은 최근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관련 폭로 보도가 있자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프로퍼블리카는 토머스 대법관이 지인들로부터 바하마 요트 크루즈를 비롯해 최소한 38회 여행을 제공받았다고 폭로했는데, 당사자가 그 의혹의 일부를 시인한 것이다.
미국에서 판사는 업무상 관계있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게 돼 있지만, ‘개인적 호의’에 따른 선물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데 그 예외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이 법망의 ‘구멍’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1948년생인 토머스 대법관은 1991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으로 취임했으며 현직 대법관 중에서 가장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임명된 흑인 대법관이자 현재 연방 대법원 최선임인 그는 지난해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 동성혼과 피임 등과 관련한 기존 대법원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크로가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라는 사실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 되는데 이런 편의를 제공받고 그들의 입맛대로 판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것이다.
영국 BBC는 토머스 대법관 외에 진보로 분류되는 소니아 소토마요, 보수로 분류되는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도 최근 몇달 윤리 의혹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토 대법관은 알래스카에 낚시 여행을 헤지펀드 억만장자 폴 싱거와 함께 갔는데 그는 몇년째 대법원에 연루된 재판이 있었다. 소토마요 대법관은 자신에게 3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한 펭귄 랜덤 하우스가 얽힌 세 건의 재판에 자신을 배척하지 않았다.
프로퍼블리카가 취재한 데 따르면 크로는 토머스 대법관의 자녀 사립학교 등록금을 대신 내주고, 어머니가 거주하는 조지아주 집을 구입해주고, 20여년 호화 여행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토머스 대법관이 반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의 변호인 엘리엇 버크는 성명을 발표해 윤리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좌파 감시(watchdog) 집단”이며 “그의 사법 철학을 증오하는 것이 동기다. 그는 법적 판단을 하기 전에 누구로부터든 선물을 받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보수파인 닐 고서치 대법관은 자신의 책을 발행한 출판사 송사에 자신을 배척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부인은 법률회사의 모집인으로 일해 1000만 달러 이상을 챙겼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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