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뉴스 읽는 키워드로 급부상
NYT “하위문화로 자리잡고 영향력 발휘”BTS 흑인인권 캠페인, 사회운동으로 확산
케이팝 팬, SNS 능숙·투표권 있는 젊은층
‘기생충 폄하’ 트럼프 지지자들과 정반대
최근 미국에서 케이팝 팬들의 조직된 행동과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미국 뉴욕 록펠러 플라자에서 열린 ‘투데이쇼’에 출연한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바라보는 팬들의 모습.
뉴욕 AFP 연합뉴스
뉴욕 AF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케이팝에 대한 분석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비정치적이고 상업적인 케이팝 문화가 미국에서는 하위문화로 자리잡으며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시기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케이팝의 영향력을 눈여겨보게 한 대표적인 이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였다. 방탄소년단(BTS)이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한 데 이어 다른 한국 가수들도 기부와 지지 메시지를 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BTS 팬덤 ‘아미’ 사이에서 같은 액수를 기부하자는 ‘매치어밀리언’ 해시태그가 급속히 전파되면서 케이팝 스타들의 기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사회적 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캠프는 이날 유세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 코로나19 및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를 꼽았지만, 외신들은 케이팝 팬들이 유세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털사 AFP 연합뉴스
털사 AFP 연합뉴스
NYT는 미국의 케이팝 팬덤이 ‘젊고 외향적이며 진보적’이라는 데 주목했다. 인디애나대 동아시아 문화학 객원 조교수인 시더보 새이지는 NYT에 “이들은 영화 ‘기생충’을 폄하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진정한 영화라고 말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정반대에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케이팝 팬층이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연령대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한 20대 BTS 팬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우리 팬덤은 정치적 관여도가 매우 높은데 이는 케이팝 팬층 가운데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하기 때문”이라면서 “많은 조사·분석을 보면 미국 내 BTS의 팬층은 18~30세로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직장인들로 투표권이 있다”고 했다. NYT는 이와 관련, 개개인의 개성과 자존감을 강조하는 BTS의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이 여성과 유색인종에게 크게 소구했다는 분석도 소개했다. 새이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적지 않은 케이팝 팬들은 유색인종이거나 성소수자 집단에 속해 있다”며 “이들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캠페인을 응원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6-2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