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바나나 공화국 됐다” 부시도 공화 의원들도 트럼프에 등 돌려

“미국이 바나나 공화국 됐다” 부시도 공화 의원들도 트럼프에 등 돌려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1-07 14:41
업데이트 2021-01-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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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연설 말미 “우리는 의회로 간다”는 말이 의사당 난입 촉발

치열하게 경쟁해도 대선이 끝나면 상대 당과 후보의 성공을 기원하며 서로 격려하던 아름다운 모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만료 2주를 채 남기지 않고 완전히 망가졌다. 지난 2013년 5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센터 개관식 도중 버락 오바마(왼쪽부터) 대통령과 공화당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역시 공화당인 조지 HW 부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나란히 서서 축하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6일 의회 의사당 난입 아수라장과 관련해 “미국이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치열하게 경쟁해도 대선이 끝나면 상대 당과 후보의 성공을 기원하며 서로 격려하던 아름다운 모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만료 2주를 채 남기지 않고 완전히 망가졌다. 지난 2013년 5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센터 개관식 도중 버락 오바마(왼쪽부터) 대통령과 공화당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역시 공화당인 조지 HW 부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나란히 서서 축하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6일 의회 의사당 난입 아수라장과 관련해 “미국이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바나나 공화국’이란 비아냥이 있다. 바나나와 같은 한정된 1차 산품의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외국 자본에 휘둘리는 부패한 독재 정권 치하의 나라들을 가리킨다. 냉전 시절 미국에 휘둘렸던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그레나다 같은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이다. 실제로 온두라스는 중앙아메리카 7개국 가운데 니카라과 다음으로 큰 면적을 갖고 있지만 2007년 전체 수출에서 바나나가 65%를 차지했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들이 잇따라 미국이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했다고 자조를 늘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 인준을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워싱턴 DC의 의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독려 연설을 하고 곧바로 시위대 군중이 의사당에 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펜실베이니아대로(大路)를 따라 걸을 것. 나는 이 길을 사랑한다”며 “우리는 의회로 간다”고 말했는데 펜실베이니아대로는 백악관과 의사당 사이를 잇는 길로 의회에 쳐들어가자고 선동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그의 선동에 따라 시위대는 의회 진입을 시도했고 총성이 들리고 최루가스가 자욱한 난장판이 벌어져 이 과정에서 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의원들은 의사당 안팎이 안정된 뒤 이날 오후 8시쯤 회의를 속개했는데 “베네수엘라와 터키, 중동의 어느 나라처럼 쿠데타와 반란을 일삼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한목소리로 개탄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확 돌아섰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와이오밍) 공화당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폭도의 일원이 되고, 폭도를 선동하고, 폭도에게 연설했다. 그가 불씨를 댕긴 것”이라고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곧잘 옹호했던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도 “우리는 지금 미국의 진짜 바나나 공화국 쓰레기들을 목격하고 있다. @진짜도널드트럼프(realDonaldTrump) 당신이 이것들을 없애야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제임스 프렌치 힐 하원의원은 CNBC에 “대통령은 입씨름이 거칠어진 데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대한 논쟁이 오늘날의 민주 공화국이 아닌 바나나 공화국(후진국)에서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오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채 “선거 이후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막무가내 행동과 오늘 우리의 기관, 전통, 사법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데 대해 당황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늘 트럼프 대통령에 직설적이어서 여객기 안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공격을 당한 밋 롬니 상원의원은 “오늘 여기서 벌어진 일은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반란이었다. 정당하고 민주적인 선거 결과를 반대하는 그의 위험한 도박을 계속 지지하기로 마음 먹은 이들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 가하고 있음을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은 휠씬 더 강경해서 임기가 2주도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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