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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법원, 댐 건설 반대하는 환경운동가 살해 지휘한 기업인에 유죄

온두라스 법원, 댐 건설 반대하는 환경운동가 살해 지휘한 기업인에 유죄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7-06 09:01
업데이트 2021-07-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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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3월 댐 건설 반대에 앞장서다 살해된 온두라스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의 딸인 베르타 주니가가 5일(현지시간) 테구시갈파 법원에서 열린 재판 결과 댐 건설 사업 책임자 로베르토 다비드 카스티요에게 유죄가 선고된 직후 손뼉을 마주 치며 기뻐하고 있다. 테구시갈파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16년 3월 댐 건설 반대에 앞장서다 살해된 온두라스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의 딸인 베르타 주니가가 5일(현지시간) 테구시갈파 법원에서 열린 재판 결과 댐 건설 사업 책임자 로베르토 다비드 카스티요에게 유죄가 선고된 직후 손뼉을 마주 치며 기뻐하고 있다.
테구시갈파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16년 온두라스의 유명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가 괴한들에게 살해됐다. 그녀는 온두라스 괄카르케 강에 건설되던 아구아 사르카 프로젝트라 불린 수력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고 있었다. 렝카족 원주민으로 2015년 골드만 환경상을 받기도 한 환경운동가 겸 원주민 인권운동가 카세레스는 렝카족 주민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강행된 댐 건설이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며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그녀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것은 물론 진입 도로 곳곳을 차단해 공사 인부들이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한동안 공사를 중단시켰다. 중국계 에너지 회사 시노하이드로가 5000만 달러 규모의 댐 건설 공사에 공동 투자했다가 지역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이유로 두 손을 들고 나갔다.

이렇게 되자 댐 건설에 찬성하는 이들은 공공연히 카세레스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녀는 결국 2016년 3월 집에 침입한 괴한 2명의 총에 맞고 숨졌다. 함께 있던 멕시코 환경운동가 구스타보 카스트로도 총에 맞았으나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카세레스 피살에 전 세계 환경운동가 등이 공분했으며, 애도 물결도 이어졌다.
로베르토 다비드 카스티요가 이날 법원에 출두해 고개를 푹 숙인 채 암담해 하고 있다. 테구시갈파 로이터 연합뉴스
로베르토 다비드 카스티요가 이날 법원에 출두해 고개를 푹 숙인 채 암담해 하고 있다.
테구시갈파 로이터 연합뉴스
온두라스 당국은 사건 이후 댐 건설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살해 용의자들을 체포해 지난 2019년 7명에 대해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16∼34년형을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댐 사업을 담당하던 에너지 기업 DESA의 대표 로베르토 다비드 카스티요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2018년 군 정보요원 출신인 그를 체포했다. 검찰은 그가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하고 살해 작전을 지휘한 배후 조종자라며 기소했다.

온두라스 법원이 5일(현지시간) 유죄 판결을 내리고 다음달 초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인데, 징역 24년에서 최대 30년 형이 될 전망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카스티요의 유죄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카세레스의 유족은 “주민들의 승리”라고 환영했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온두라스는 환경운동가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다. 지난 2019년에만 환경운동가 14명이 살해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국제 감시단체인 글로벌 위트니스에 따르면 카세레스 피살 이후에도 환경운동가와 그를 돕는 주민 등 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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