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35만원씩 받아 시간제보다 많아
840만명 구직 연기 속 소비자 물가상승
미국이 물류운송이 마비될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자 추가 실업급여 지원으로 대응한 것이 외려 근로 의욕을 꺾는 역설적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나이키가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로 (운동화 등을) 운송하는 기간이 코로나19 이전의 2배가 넘는 80여일”이라며 “(물류대란으로) 코스트코는 키친타월, 생수 등의 판매 수량 제한 조치를 재도입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미국 내 수요는 빠르게 늘었지만 해운업체, 항만, 트럭 운송, 창고, 철도, 소매업체 등의 인력은 부족해 벌어진 일이다.
페덱스는 지난 분기에 인력 부족으로 4억 5000만 달러(약 5290억원)의 손해를 입었고, 매일 60만개 이상의 우편물 및 소포가 밀린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또 미국 곳곳에서 학교버스 운전사 및 보조 교사, 경찰관 등 필수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 부족은 사업자에게 운송비 및 창고료 등의 부담을 늘리고, 이는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컨테이너를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뉴욕으로 보내는 가격은 1년 반 사이 8배가 폭등했고, 페덱스는 5.9~7.9% 가격 인상을 발표했으며 인조 크리스마스트리 가격은 예년보다 25% 이상 올랐다.
코로나19로 직장을 떠났던 이들이 돌아오면 해결될 문제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지난 1월부터 매주 300달러(약 35만원)씩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을 받던 실직자들은 임금이 시간당 12달러 선인 마트·식당 직원, 보육보조교사 등보다 많은 돈을 받았다. 실업급여가 임금보다 많으니 일자리를 구할 필요가 없는 ‘실업급여의 역설’이다.
하지만 추가 실업수당 지급 제도는 지난 6일 종료됐고, 인력난을 겪는 마트 및 식당의 평균 임금은 처음으로 15달러를 넘었음에도 상황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약 1000만개의 일자리가 있는데도 여전히 840만명이 실직자라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구직을 미루거나, 코로나19로 이미 은퇴를 택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봤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재택근무로 육아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임금보다 유연한 근무시간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 중 75%가 이미 회복됐고 내년 중후반이면 100% 복구될 것으로 본다. 향후 구인난이 더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2021-09-28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