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맞은 우한시민 “봉쇄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코로나 1년 맞은 우한시민 “봉쇄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12-29 14:33
업데이트 2020-12-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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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팬데믹 1년, 코로나19 발원지를 가다

76일 ‘도시 봉쇄’ 경험 왕시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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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왕시핑(45)이 지난 25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발 1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왕시핑(45)이 지난 25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발 1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한 시민들은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의사 리원량이 일하던 우한시중심병원 바로 옆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왕시핑(45)을 만났다. 감염병 사태로 인한 도시 봉쇄 등을 몸소 체험한 산증인이다.

지난 25일 가게에서 만난 왕은 “후베이성 징저우의 시골마을 궁안현에서 태어나 어렵게 우한에 정착했다. 이제 좀 자리가 잡혔다고 생각해 고향의 부모 형제를 여기로 불러 춘제(음력설)를 맞았다”면서 “그런데 뜻밖에도 바이러스가 퍼져 1월 23일부터 도시 전체가 봉쇄됐다. 이동 금지가 해제된 4월 8일까지 76일간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봉쇄 기간 중 중국 정부가 쌀과 부식 등 최소한의 식료품을 지급했다. 추가로 필요한 물품은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밖으로 나가 슈퍼마켓 등에서 살 수 있게 했다”면서 “하지만 우한에서 감염자·사망자 수가 급증하자 나중에는 이마저도 금지됐다. 한동안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무 수입도 없이 가족 모두가 한 집에서 버텨야 했다. ‘1~2년도 아니고 고작 몇 달만 참으면 되는 것인데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고 한다. 왕은 “우한시 정부가 “코로나 희생자를 다 같이 애도하자”며 하루에 한 번씩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줬다. 이걸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고 전했다.

길고 긴 봉쇄가 끝나자 가장 먼저 가족들을 고향으로 돌려 보냈다는 그는 자신의 가게로 혼자 출근해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을 모아 버리며 ‘길고 긴 터널을 빠져 나와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단다. 수개월간 장사를 하지 못해 경제적 피해가 컸지만 바이러스 사태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고통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설명했다.

왕은 가게 바로 옆 우한중심병원의 안과 의사 리원량을 전 세계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는 분명 훌륭한 일을 한 영웅이다. 다만 나는 그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리원량 뿐 아니라 우한에서 목숨을 걸고 헌신한 의사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봉쇄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하지만 이제 와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니 당시 중국 정부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글 사진 우한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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