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만여명 대피·2200억원 손실…시내버스 멈추고 등교 중단
정저우서 아이폰 하루 50만대 생산…“일부 공장 작업 중단”
대만, 중국 수해에 이례적 위로 메시지…중국 측도 “감사”
22일 중국 중부 허난성 정저우에서 수해 피해를 입은 한 남성이 아이를 안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있다. 정저우 로이터 연합뉴스
22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지금까지 3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수재민은 300만 4000명이며 37만 6000명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21만 5000㏊의 농지가 침수됐다. 직접적 경제 손실만 12억 2000만 위안(약 22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타임스는 “60년 만의 폭우”라고 표현하며 피해 상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앞서 정저우에서는 지난 20일 퇴근길 지하철 안에 물이 차올라 승객 500여명이 갇혔다.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12명이 숨졌다. 다샹뉴스에 따르면 한 승객은 “키가 작은 이들은 물이 목까지 찼다”고 전했다. 당시 많은 승객들이 산소 부족 증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터널은 역보다 낮게 설계되기 때문에 빗물이 터널로 모여들어 객차가 잠긴 것으로 중국 언론은 보고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극심한 폭우 같은 특수 상황에서 열차 운행 중단과 승객 대피, 역 폐쇄 등 결단성있는 긴급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응급관리부도 “인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지하철 운행 중단과 관광지 폐쇄, 휴업·휴교 등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저우에서는 20일 오후에 1시간 만에 201.9㎜의 호우가 쏟아졌다. 24시간 동안 내린 비는 평균 457.5㎜로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다.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사흘간 내린 누적 강수량도 617.1㎜로, 정저우의 연간 평균 강수량(640.8㎜)에 근접했다. 신샹에서도 20일 오전 5시부터 48시간 동안 812㎜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시는 홍수 대응 태세를 1급으로 상향하고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22일 중국 중부 허난성 도심 터널 입구에 이번 폭우로 침수된 차량들이 쌓여 있다. 정저우 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정저우 수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정저우의 생산 시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향후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대만 대선에 도전했던 궈타이밍이 세운 폭스콘은 아이폰 등 애플의 주력 제품을 조립하는 업체다. 2010년부터 정저우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워치 등을 생산한다.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에서는 하루 50만대의 아이폰을 조립한다. 광둥성 선전 공장에 이어 폭스콘에서 두 번째로 큰 생산 기지다. 애플의 차기 아이폰은 9월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통신은 “애플이 조만간 차세대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심각한 홍수로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운영 차질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서울신문 DB
차이 총통이 중국의 대형 재난재해와 관련해 위로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악의 갈등 상황인 중국 측에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의 대만 담당 부처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입장문을 내 “대만의 유관 측과 각계 인사가 각종 형식으로 재난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일부 기업은 재난 지역에 기부도 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 유관 측’이라고만 표현했을 뿐 차이 총통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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