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쟁’ 택배차, 교통체증 주범 지목… WEF, 대안 모색 보고서 내놔

‘배달 전쟁’ 택배차, 교통체증 주범 지목… WEF, 대안 모색 보고서 내놔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1-15 15:43
수정 2020-01-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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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 “급증한 택배차, CO₂ 배출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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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문한 상품을 집 앞까지 배달하는 택배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한 택배시장의 급팽창에 맞춰 도심 교통체증과 이산화탄소 배출도 증가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 보고서를 내놨다.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100대 도시에서 상품 배달 수요는 78%, 배달 차량은 36%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배출가스는 규제가 없다면 현재보다 32%, 차량 정체는 21%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가 WEF 보고서를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교통 정체 따라 출퇴근 시 매일 각각 11분이 더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WEF “2030년 정체 21%↑… 통근 11분 더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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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택배 사례별 시나리오. WEF보고서 챕처
2030년 택배 사례별 시나리오. WEF보고서 챕처
일부 도시는 이미 상품을 빨리 전달하려는 ‘배달 전쟁’ 차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시 안에서만 도는 배달 트럭이 자전거 길이나 버스 차선에 주정차하거나 이중주차를 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의 흐름을 끊기는 바람에 병목현상이 일어나 다른 차량이 지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시에서는 물류 운송 기업인 페덱스, UPS, 프레시디렉트, 피포드 등의 2018년에 주차위반 소환장이 5년 전보다 28%가 늘어났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WEF는 이중주차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면 교통 체증이 최고 29%, 배달 차량에 전용차선 이용을 허용하면 18%가 줄 것으로 분석했다. 야간 배달을 의무화하면 체증은 15%, 배달 비용은 28%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배달 의무화시 체증 15%·비용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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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징둥의 무인 배달차량, 택배로봇, 대용량 드론
왼쪽부터 징둥의 무인 배달차량, 택배로봇, 대용량 드론
2019년도의 전세계 전자 상거래 판매는 5년 전보다 세배 증가했다. 이에 맞춰 문전 배달 시간에 대한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월마트는 주문 다음날 상품을 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들에게 당일 배송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WEF 전문가들은 “당일과 즉시 배달은 택배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라며 당일 배달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주문된 모든 상품의 15%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은 현재 당일 및 즉시 배달이 전체 배달의 10%인 하루 3백만 건에 이른다. 반면 유럽에서는 5%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전기차 10만대 주문… 탈탄소 안간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그린택배사업의 일환으로 택배 전용 전동 카트를 도입한 CJ대한통운의 한 직원이 ‘스마트 카트’ 앞에 서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그린택배사업의 일환으로 택배 전용 전동 카트를 도입한 CJ대한통운의 한 직원이 ‘스마트 카트’ 앞에 서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소비자의 택배 요구가 증가하는 추세대로 배달 차량 수가 늘어나면 도시들은 탈(脫) 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상당수 전자 상거래 회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9월 스타트업 기업인 리비언 오토모티브에서 전기차 10만대를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배달 차량의 40%가 이미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서 2030년까지 100%가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은 보고서에서 이런 조치들은 회사 차원의 개선이지만 법규 개정을 통해 의무를 지우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사용이 의무화되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객 선택’에 맡기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24%가량 감소한다.

정부 개입 없으면 3년 이내 도심교통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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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 회원들이 23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과 혹한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 회원들이 23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과 혹한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보고서는 “택배 생태계에 정부나 소비자에 의한 강제적인 개입이 없으면 길어야 3년 뒤에 배달 차량이 도심 주거지에서 심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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