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 안토스란 출판사가 최근 캐나다인 저자 로즈마리 설리반에게 내부 이메일을 보내 좀 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어야 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떠오른 의뭔점들에 대한 연구자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추가 인쇄를 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책에 공격받았다고 느끼는 모든 분에게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책이 출판된 직후부터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안네 프랑크 기금조차 이번 조사에 “실수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현지 방송 NOS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피에테르 판 트위스크는 이메일 내용에 어리둥절했으며 암보 안토스가 이 책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조사팀은 결코 완벽한 진실을 들춰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들의 가설은 “적어도 85% 확률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며 자신들의 연구가 종전 연구들이 채우지 못한 틈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했다고 했다.
BBC는 출판사의 입장은 물론, 저자 설리반, 영어판 출판사의 설명을 들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미국 CBS 방송의 ‘60분’ 프로그램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출신 빈센트 팬코크를 포함한 조사팀이 2016년부터 안네 가족의 밀고자를 뒤쫓은 결과, 유대인 공증인 아놀드 판 덴 베르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이 팀은 결정적인 새로운 증거로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게 누군가 보낸 공책을 들었다. 서명이 없는 상태로 전후에 서류 더미 속에서 발견된 이 공책에는 판 덴 베르그를 명시해 그가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 공책에 따르면 판 덴 베르그는 전시 유대교 연합회의 일원으로 유대인들의 은신처 목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 명단을 나치에 넘겼다.
수용소로 끌려간 안네 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오토 프랑크는 자신의 의심이 사실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이런 정보가 알려질 때 반유대인 정서가 한층 강해질 수 있는 데다 용의자의 가족들이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팀은 추정했다.
그동안 누가 안네 가족을 나치에 밀고했는지에 대해선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졌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그 동안 밀고자로 의심받은 이들은 안네 가족의 청소부 아주머니, 아버지 오토의 종업원, 오토를 협박했던 남성, 나치 비밀경찰 요원으로 일했던 유대인 여성 등 대략 30명에 이르렀다.
팬코크는 안네 일가의 밀고자를 밝혀내기 위해 ‘콜드 케이스 다이어리(Cold Case Dairy)’라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범죄학 전문가, 역사학자, 언론인, 컴퓨터 전문가 등 19명으로 조사팀을 꾸려 활동해왔다. 안네가 살았던 네덜란드의 국립문서보관소, 전쟁·홀로코스트·인종학살연구소, 암스테르담 시와 안네프랑크재단 등 네덜란드 기관도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이용하도록 거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 알고리즘 검색 기법을 동원해 안네 가족 주변 사람들의 관계도까지 만들었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피하려고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서 숨어지내던 안네 가족 8명은 1944년 8월 은신처가 발각돼 독일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옮겨졌다. 숨어지낸 지 2년 만에 안네는 다락방에 함께 숨어 지내던 다른 유대인 7명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가 이듬해 독일의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모두 숨을 거뒀는데 고작 열다섯 살이었다. ‘안네의 일기’는 1947년 처음 출간돼 70개 언어로 옮겨질 정도로 사랑 받았다.
판 덴 베르그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아내와 함께 끌려가지 않아 암스테르담에 남아 지내다 1950년 세상을 떠난 것으로 당시 일간지에 부음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