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규제 주도 日경제산업성…아베와 함께 ‘무소불위 권력’ 끝나

韓 수출규제 주도 日경제산업성…아베와 함께 ‘무소불위 권력’ 끝나

김태균 기자
입력 2020-10-11 20:32
업데이트 2020-10-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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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아베
고개숙인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개각 관련 기자회견 도중 지지율 하락의 빌미가 된 ‘가케학원 스캔들’을 언급하며 고개를 숙인 채 사죄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 등 지난해 한국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을 주도한 곳은 경제산업성이었다. 중대한 외교이슈로 비화될 게 분명한 사안이었지만, 고노 다로 당시 외무상은 신문을 보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을 만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

지난달 중순까지 7년 9개월간 지속된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경산성의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경산성은 아베 시절 전통의 ‘최강관청’ 재무성을 제치고 독보적인 위세를 누렸다. 그 중심에는 경산성 출신의 이마이 다카야(62) 총리비서관이 있었다. 이마이 비서관은 디테일(세부사항)에 약했던 아베 총리로부터 실무에 관한 한 거의 전권을 물려받아 정치, 사회, 경제 등 내치는 물론 외교·안보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했다. 야권에서는 그를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를 사실상 지배했던 요승 라스푸틴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등 아베 정권 말기로 가면서 권력 핵심부 경산성 출신들의 정책 및 판단 미스가 잇따랐다. 전 국민적 조롱거리가 됐던 ‘아베노마스크’(가정당 천 마스크 2장씩 배포), 공연히 혼란만 불렀던 ‘전국 초중고 일제휴교 요청’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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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의 경제산업성 청사.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의 경제산업성 청사.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경산성의 내리막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지난달 16일 취임과 동시에 이마이 비서관을 퇴출시키면서 현실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또 하나의 결정타가 터져 나왔다. 스가 총리가 경산성 주도로 운영돼 온 총리 직속 ‘미래투자회의’의 폐지를 결정한 것. 미래투자회의는 경산성이 국가경제의 큰 틀을 자신들의 뜻대로 이끌어 가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폐지 결정에 따라 경산성은 정책 주도의 핵심 거점을 상실하게 됐다.

외무성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주도하에 경산성의 비정상적인 외교·안보 분야 개입 차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 시절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외교정책의 주도권을 이마이 비서관이나 경산성에 빼앗겼던 외무성은 이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마이니치신문은 경산성 내부에서 향후 존재감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20-10-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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