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긴급조치 ‘풍선효과’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 첫날 외출 자제 당부하는 일본 경찰관
일본 정부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이 발효된 첫날인 8일 도쿄 신주쿠의 거리에서 한 경찰관이 시민들에 오후 8시 이후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2021.1.8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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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요미우리에 따르면 지난 8일 도쿄도,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현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 권역에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돼 식당, 술집의 저녁 영업시간이 단축되자 낮술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술에 취해 큰소리로 떠드는 등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아 업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긴급사태 선언 대상지역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오후 8시까지의 단축영업이 사실상 강제돼 있다. 주류의 주문은 오후 7시까지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평소 저녁시간에 즈음해 문을 열었던 이자카야 술집 등이 점심시간 손님을 붙잡기 위해 영업시간을 대폭 앞당겼다.
도쿄도 미나토구 신바시역 인근에서 꼬치구이집을 운영하는 A(46)씨는 그동안 오후 5시였던 영업시작 시간을 낮 12시 30분으로 당겼다. 저녁 장사만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집을 찾아주시는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감사할 따름이지만, 불안을 느낄 때도 있다”면서 “술에 취해 큰소리로 말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체인 사이제리야 등 외식 대기업들도 지난해 4~5월 긴급사태 때와 달리 이번에는 낮시간대 주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긴급사태 선언 이후 ‘오후 8시까지’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시간대 식사, 외출 등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주무장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낮시간을 포함해 외출자제를 부탁한다”며 “점심이라고 해서 다들 같이 먹을 때의 위험성이 낮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니키 요시히토 쇼와대 교수(감염학)는 “시간에 관계 없이 몇몇이 모여 음주를 동반한 식사를 하게 되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큰소리 등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식사는 비말 방지 등 기본대책을 철저하게 지켜며 적은 인원으로 조용히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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