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능이 초래한 대홍수… “실종자 1만명 지중해로 쓸려갔다”

정치 무능이 초래한 대홍수… “실종자 1만명 지중해로 쓸려갔다”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3-09-14 01:27
업데이트 2023-09-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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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망자 최소 6000여명

카다피 사후 10여년간 정치 분열
자원 부국인데 인프라 노후·부실
인구 대부분 해안지역 거주 ‘위험’
댐 붕괴 경고음에도 대피 안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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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항구도시 데르나
폐허가 된 항구도시 데르나 지중해 폭풍 다니엘이 덮쳐 댐 2곳이 붕괴해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던 리비아 항구 도시 데르나의 거리에 12일(현지시간) 부서진 건물 잔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망가진 자동차가 뒤집어져 있다.
데르나 로이터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해안 도시 데르나에 지난 10일(현지시간) 지중해 폭풍 다니엘이 덮쳐 댐 두 개가 붕괴되고 홍수가 발생하면서 도시 4분의1이 파괴되고 최소 60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리비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비판했다.

13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정부의 아부 치부아트 민간항공부 장관은 “바다에서 시신이 수십 구씩 해안으로 밀려오고 있다”며 사망자 수가 곱절을 훨씬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홍수로 데르나시의 기반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며 최소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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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북아프리카 리비아 항구 도시 데르나의 폭풍 다니엘이 몰아치기 전인 지난 2일(왼쪽)과 폭풍이 지나간 뒤인 12일(오른쪽)의 위성사진. 데르나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북아프리카 리비아 항구 도시 데르나의 폭풍 다니엘이 몰아치기 전인 지난 2일(왼쪽)과 폭풍이 지나간 뒤인 12일(오른쪽)의 위성사진.
데르나 로이터 연합뉴스
타메르 라마단 국제적십자사의 리비아 특사는 “독립적인 정보원을 통해 파악한 실종자 수가 1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실종자가 지중해 바다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오스만 압둘잘릴 보건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2000구 이상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를 매장했다고 AP 통신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 사후 10년 넘게 리비아에서 정치적 분열이 이어졌고, 사회경제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등 여러 원인이 겹쳐 댐 붕괴라는 재앙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리비아는 대륙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아 엄청난 부를 이룬 국가임에도 기본적인 필수 인프라가 노후해진 데다 부실해졌고, 전기와 물 등의 공급이 불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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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정책을 연구하는 아나스 엘 고마티 사덱연구소장은 “예측이 불가능했던 모로코 강진과 달리 리비아 폭풍은 며칠 전부터 예보됐다”며 “지난주 지중해발 폭풍으로 그리스, 튀르키예, 불가리아에서 12명 이상이 숨진 뒤 리비아 당국은 댐을 점검하거나 주민 대피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대자연의 분노가 아니라 리비아 엘리트 정치인들의 무능이 초래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허리케인과 유사한 폭풍은 평균적으로 1년에 한두 번, 주로 가을에 지중해 상공에 형성된다. 유엔은 몇 해 전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인구의 대부분이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리비아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아델피대의 지원을 받은 기후안보전문가네트워크는 이미 2년 전인 2021년 ‘기후 위기 취약성에 대한 경고 : 리비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격렬한 폭풍과 해일로 리비아가 광범위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리비아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가지니는 “지난 10년간 리비아는 전쟁, 정치적 분쟁을 반복해 왔다”며 “이는 지난 10년간 리비아에 인프라 투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데르나를 잇는 댐 2개가 붕괴되면서 1년 내내 건조한 와디라고 불리는 길고 좁은 자연 계곡이 일종의 깔때기 역할을 하면서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강수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댐 붕괴로 유속이 급상승해 도시 중심부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다.

데르나와 가까운 또 다른 댐을 우려하는 지방정부 관계자의 지적도 나왔다. 마흐무드 알 샤라이마 토크라시장은 “데르나와 벵가지 사이에 있는 자자 댐도 물이 차서 붕괴 직전에 와 있고 유지보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2023-09-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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