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세계일주하다 코로나로 아프리카서 발묶인 한국인

자전거로 세계일주하다 코로나로 아프리카서 발묶인 한국인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0-05-05 21:20
업데이트 2020-05-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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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리, 아프리카 기니서 국경 봉쇄로 이동제한

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레이몬드 리가 지난 30일 아프리카 기니의 거리에서 자전거와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레이몬드 리가 지난 30일 아프리카 기니의 거리에서 자전거와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자전거로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한국인 레이몬드 리(33)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이 묶였다고 AFP통신이 5일 보도했다.

리씨는 자전거로 유럽을 거쳐 사하라 사막을 횡단한 후 기니에 와서 더 남쪽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기니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막아버렸다.

전직 항공사 승무원으로 여행 동안 머리가 길게 자란 리씨는 “기니에 왔을 때 상황이 정말 심각해졌다”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갈 데 없이 발이 묶인 리씨는 해변에 있는 기니 수도 코나크리에서 묵을 호텔을 찾으려 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리씨는 AFP와 통화에서 “7, 8개 호텔에 알아봤는데 그들은 내가 아시아인이라 받아주지 않았다”며 “살면서 한 번도 인종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니는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의료 체계는 열악한 빈곤국이다. 인구는 1300만명이며 현재 누적 확진자는 1300명 정도에 사망자는 7명이다.
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레이몬드 리가 지난 30일 아프리카 기니의 거리에서 자전거와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레이몬드 리가 지난 30일 아프리카 기니의 거리에서 자전거와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리씨는 길거리에서 묵을 데가 없는지 알아봤지만 한 달에 50유로(6만 7000원)씩 주면 재워주겠다고 제의한 사람이 돈만 받고는 사라져버리는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페이스북에 딱한 사연을 올리자 어떤 사람이 게스트하우스 한 곳을 알아봐 줘 겨우 그곳에 묵을 수 있었다.

그러나 리씨는 “기니는 좋은 사람이 가득한 곳”이라며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다 보면 교통사고나 중병 등 훨씬 심한 일도 당할 수 있는데 그보다는 낫다”고 강조했다.

리씨는 2018년 3월 뉴질랜드에서 여행을 시작한 이래 유튜브에 세계일주기를 동영상 일기로 기록하고 있다. 호주로 날아가 일을 하며 돈을 모은 다음 유럽으로 왔다.

그는 “자전거 여행은 세계 일주를 하기에 최고의 수단”이라며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산악지대에서 몇 달 간 고생한 후 리씨는 자전거로 아프리카 북서부 모로코를 경유해 광대한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갔다.

“사막 한가운데는 아무것도 없고 며칠, 몇주, 몇 달을 가도 끝없는 지평선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씨는 당분간 코나크리 게스트하우스에서 독서하고 TV 시리즈를 보며 소일할 생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이 풀리면 그는 이웃 나라 코트디부아르로 간 다음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갈 생각이며, 앞으로 1년간 더 자전거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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