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가는 왜 사라졌을까

묵가는 왜 사라졌을까

입력 2010-03-08 00:00
업데이트 2010-03-0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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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애 버린 묵가말기 전투술로 사상 변질

모리 히데키(森秀樹)의 ‘묵공’. 이 만화가 영화 ‘묵공’의 원작이다. 만화는 진(秦)제국 성립 이후 묵가의 급작스러운 소멸에 관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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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애(兼愛)와 비공(非攻), 의리(義利)를 중심으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던 묵가였다. 그러나 전국시대 말기 묵가들은 진나라와 결합해 다른 여섯 국가를 공격하는 데 참여한다. 오랫동안 전쟁을 막기 위해 발전해온 묵가의 전투력이나 기술력이 각 국가를 점령하는 데 요긴한 기술로 활용된다. 전쟁을 막는 대신 전쟁에 참여하고 파괴하는 묵가를 그려낸다.

‘묵공’은 단순한 전투 기계, 전투 수단으로 전락해 전장에 참여하는 묵가들을 보여줌으로써 묵가 스스로가 자유를 포기한 채 제국의 구성원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제 묵가들은 싸움의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들에게도 지키고 돌봐야 할 가족, 집, 고향이 생겼다. 이를 위해 다른 이들의 가족과 집, 고향을 서슴없이 파괴한다.

“묵적(墨翟·묵자)의 생각은 옳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는 옳지 않다. 후세의 묵자들을 고생시키고 장딴지와 정강이의 털이 닳아 없어지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에 지나지 않았다. 천하를 어지럽히는 죄만 많고 천하를 다스리는 공은 적다.” <장자, ‘천하편’>

장자는 묵자의 방식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극단적으로 억압하기에 묵자의 사유를 일관성 있게 밀고 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일까. 말기 묵가들은 그의 가르침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이들은 문턱 안쪽의 안락한 공간을 찾아갔다. 전쟁을 막아내며 제국의 형성을 저지하던 힘들이 제국을 확장하는 창과 방패로 바뀌어 버렸다. 말하자면 묵가의 소멸은 외부의 박해 때문이 아니었다. 묵가 스스로가 자신들의 종말을 고한 것이었다.
2010-03-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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