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100만송이… 그림이 막 터져나와”

“수련 100만송이… 그림이 막 터져나와”

입력 2011-03-26 00:00
업데이트 2011-03-2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조부수 개인전 31일까지

“와~ 그게, 그냥, 정말, 얼마나 사람 죽여주는지 알아요? 거기에 수련이 100만 송이가 있어요. 그 풍경에 며칠 푹 잠겨 있다가 그리기 시작하면, 막 미친 듯이 그리는 거예요. 그림이 그냥 막 터져나오는 거예요.” 10여년 동안 촌구석에 숨어 살았던 게 어지간히 적적했던 모양이다. 그림 터져나오는 것보다 걸걸한 목소리가 더 크게 터져나온다.

이미지 확대
‘꽃밭’ 260x140cm 캔버스에 아크릴.
‘꽃밭’ 260x140cm 캔버스에 아크릴.
31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조부수 개인전. 조부수(67) 작가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활동했던 인기 작가였다. 그런데 1999년 말 파리아트페어에 참가한 뒤 갑자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갑갑함을 느꼈다. “내 그림은 흥타령이라 신이 나야 하는데, 갑자기 지랄을 할 수가 없게 된 거야. 너무 답답한 거야.”

미리 약속했던 2002년 벨기에 브뤼셀 개인전을 끝으로 충남 부여 석성면 산동네에 잠적해 버렸다. 들리는 거라곤 바람소리, 보이는 거라곤 숲밖에 없는 곳이었다. 처음엔 힘들었다. “마누라하고 자식들한테 내 속이 뻥 뚫리는 그림을 그리기 전까진 안 돌아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돌아가. 무조건 버텼지.” 1~2년 지나고 나니 그때부터 그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전시 작품은 추상화풍인 그의 전작들과 완전히 다르다. 대형 캔버스 위에다 원색을 듬뿍 묻혀 수련과 꽃으로 가득한 풍경들을 그려냈다. 재밌는 작품은 2004년작 ‘꽃과 물고기’. 여전히 추상화적인 구도분할을 쓰고 있는 그림인데, 조부수의 새로운 작품세계가 장전됐을 때쯤 박혀든 ‘멈치못’처럼 보인다. (02)734-045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3-26 17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