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부터 소녀시대까지…아이돌 논문 나왔다

H.O.T.부터 소녀시대까지…아이돌 논문 나왔다

입력 2011-05-17 00:00
업데이트 2011-05-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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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열풍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지 수년이 지났다.

아이돌이 가요계를 장악한 지는 오래됐고, TV 예능과 드라마, 영화,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전반에서 아이돌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아이돌’(이매진 펴냄)은 이처럼 아이돌 문화가 한국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도 그동안 체계적인 분석을 담은 문화 연구서가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최초의 ‘아이돌 문화 보고서’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아이돌 그룹들과 팬덤이 생산하는 문화가 단지 주류 대중음악과 연예 제작 시스템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화 현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이 책을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는 이 교수를 주축으로 아이돌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10여 명의 문화 연구자들이 8개월간의 세미나와 6개월간의 월례 발표회를 통해 발표한 논문들이 담겼다.

아이돌과 아이돌 팝, 아이돌 문화의 의미와 의의를 짚어보는 것에서 시작해 아이돌의 음악 세계와 계보를 정리하고 아이돌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 현상을 분석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차우진, 최지선 씨는 1996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아이돌 그룹의 역사를 살펴보며 H.O.T., 젝스키스, S.E.S, 핑클, 신화, god 등을 1세대 아이돌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등을 2세대 아이돌로 나누었다.

2세대는 표면적으로 1세대에 비해 멤버수가 늘어났으며, 가요 시장이 디지털 음원시장으로 재편되면서 1-3개월 간격으로 발표되는 싱글을 중심으로 휴지기 없이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구조로 편입됐다.

기획사의 이미지 전략과 포지셔닝 방식은 2세대에 와서 더욱 정교해졌고 글로벌 팝을 지향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필자들은 아이돌 시스템이 자본과 산업 논리에 빠지면서 나타난 문제들이 2세대에서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며 “아이돌은 진화해왔고, 하나의 문화적 제도로 정착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쌓여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권경우 씨는 신자유주의의 맥락 속에서 아이돌의 성공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봤다.

”지금 이 시대는 하나의 신화를 먹고 살아간다. 그것은 자신도 TV에 나오는 누군가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다. 그 밑바탕에는 ‘나도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현재 그 욕망을 표상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 그룹’이다.”(312쪽)

권씨는 아이돌 열풍이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가 획일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나아가 자신들의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성을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이밖에도 초국적화하는 동시에 민족주의 발현의 장이 되고 있는 K-POP과 걸그룹 전성시대에 담긴 함의 등도 다루고 있다.

책 말미에는 1996년 데뷔한 H.O.T., UP, 영턱스클럽 등부터 2009년 데뷔한 미쓰에이, 2NE1, 애프터스쿨 등까지 10년 간의 아이돌 그룹을 총정리한 백서와 아이돌 연대표도 실렸다.

408쪽. 2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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