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연변 청년의 ‘코리안 드림’

현실이 된 연변 청년의 ‘코리안 드림’

입력 2011-05-28 00:00
업데이트 2011-05-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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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청강, MBC ‘위대한 탄생’ 우승

‘청강이가 동포들에게 꿈을 선사했다!’

중국 연변(延邊) 출신인 백청강(22)이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에서 우승하자 포털사이트 다음의 조선족모임카페 ‘중국조선족대모임’에 올라온 글이다.

회원 6만3천여 명을 보유한 이 카페에는 27일 밤 백청강의 우승 소식이 전해진 뒤 ‘백청강이 우리한테 선물한 것이 노래뿐이 아니다’ ‘우리의 자랑 백청강’ 등의 글이 잇따랐다.

백청강 자신도 방송에서 ‘위대한 탄생’이 아니었다면 연변 클럽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청강은 한국사회에서 소외된 조선족이 대중문화계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첫 사례로 꼽힌다. 그의 우승을 두고 조선족의 ‘코리안 드림’이 실현됐다고 일컫는 이가 많다.

’슈퍼스타K 2’의 우승자 허각과 비교하며 이번에도 어려운 환경을 딛은 성공 드라마가 통했다는 평가도 있다.

◇우승을 향한 7개월의 여정 = 백청강은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도문(圖們)시 제5중학교를 나와 팝현대음악학원을 졸업했고, 연변TV 전국 청소년 콩쿠르 오디션 1등, 제1회 청소년 신인가요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기는 했지만 지난 1월7일 그가 중국 오디션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덥수룩한 머리에 여드름 자국이 얼굴에 남은 작은 체구의 이 청년은 김경호의 노래를 불렀고 비음이 거슬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에는 핸디캡도 많았다.

그러나 핸디캡은 거꾸로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연변 출신에 9살 때부터 집안 사정으로 부모와 떨어져 살았다는 개인사는 그의 도전에 극적인 배경이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기는 지난 3월4일 멘토 스쿨의 첫 번째 미션에서였다.

백청강은 중간 심사에서 박칼린을 만났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몰랐다. 박칼린의 첫인상을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해맑게 웃으며 ‘예뻤다’ ‘나이가 몇이에요’라고 되묻는 대목에서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 묻어났다.

이후 한국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저녁 자리에서 그가 던진 ‘박칼린을 앙까’(아십니까)라는 질문은 누리꾼 사이에서 ‘앙까’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그의 인지도를 높였다.

4월8일 생방송 공연에 돌입하자 그는 그동안 쌓은 인지도와 호감을 바탕으로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높은 득표율을 이어갔다.

멘토 김태원의 후광에다 실력보다 인기에 기댄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백청강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가창력이 돋보이는 선곡을 한 다른 도전자들과 달리 그는 ‘슬픈 인연’ ‘하트 브레이커’ ‘위아더퓨처’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선보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국 그는 결승전에서 시청자 문자투표에 힘입어 심사위원 평가에서 앞선 이태권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가진 것 없는 청년의 성공 드라마 = 백청강을 향한 관심에는 연변 청년의 성공기를 향한 대중의 열망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특히 어린 시절 힘들게 산 기억이 있는 중년층은 어렵게 살다 성공한 이야기에 쉽게 자신을 이입하기 마련”이라며 “백청강의 개인사가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태권이 무난한 캐릭터라면 백청강은 생생한 캐릭터를 지녔다”고 분석했다.

가족과 떨어져 살며 야간 업소를 전전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웠다는 내용은 또래의 출연자들이 전하지 못하는 경험이었다.

백청강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꿈을 향해 달렸다는 점에서 중졸 학력의 환풍기 수리공 출신 ‘슈퍼스타K 2’ 우승자 허각과도 닮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사연이 시청자에게 감동을 줬고 이들은 노래 하나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가 됐다.

실력을 바탕으로 경쟁을 통해 꿈을 이루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와 비슷했다.

그러나 백청강은 소외계층이던 조선족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허각과 또 다른 지점에 서있다.

주부 박유라(48.여)씨는 “전에는 조선족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백청강을 알면서 ‘앙까’라는 연변 사투리에 매력을 느끼고 점점 조선족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팬클럽 ‘원석 백청강’ 회원 홍기복(45)씨는 “조선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돈 벌러온 사람들이라고 단면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백청강을 좋아하면서 조선족을 많이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에서도 그를 향한 응원이 잇따랐다.

생방송 현장에 온 한 팬클럽 관계자는 “백청강을 응원하기 위해 중국에서 온 팬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족에 대한 편견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지난 26일 오전 백청강이 2년전 쓴 미니홈피 방명록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는 한국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었고 누리꾼 사이 진위 논란을 불러왔다.

백청강이 같은 날 오후 미투데이를 통해 ‘절대 그런 글을 쓴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관련 글에는 조선족에 대한 악성 댓글이 잇따랐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조선족이라는 배경이 극적인 효과가 필요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실제 가요계는 다르다. 실력과 매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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