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 “시속 200㎞ 폭주..아찔했죠”>

<이민기 “시속 200㎞ 폭주..아찔했죠”>

입력 2011-07-15 00:00
업데이트 2011-07-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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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퀵’의 퀵서비스 기사 ‘기수’ 역

“영화 촬영 내내 오토바이를 시속 170~200㎞로 달렸어요. 그 정도 속도로 달리는데 사고가 안 나면 오히려 더 이상한 거죠. 매 순간이 힘들었어요.”

1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민기는 영화 ‘퀵’을 이렇게 회상했다. 오는 20일 개봉되는 영화 ‘퀵’에서 그는 주인공 ‘기수’를 연기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기캠’(차량에 장착하는 카메라)이 이용된 이 영화에서 그는 상대역 ‘춘심’(강예원)과 잠시 조개구이를 먹는 장면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엄청난 속도로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한다. 누군가가 헬멧에 장착한 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폭탄을 배달하는 주문을 수행해야 한다.

그는 영화에서 고등학생 시절 오토바이에 미친 폭주족이었다가 생계를 위해 퀵서비스 기사로 일하게 되는데, BMW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실제로 오토바이를 잘 타는 게 아닐까, 심지어 폭주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오토바이는 어렸을 때 더러 탔어요. 큰 오토바이를 타기 위한 면허를 일찍 따서 주위 형들의 좋은 오토바이도 몇 번 타봤고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영화 안에서는 오토바이를 탈뿐만 아니라 워낙 폭발장면도 많고 해서 더 위험했는데 계속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니까 스턴트 하시는 분들이 많이 다치셨죠. 그런데 오히려 더 힘들었던 건 아날로그적인, 성룡(청룽) 식의 직접 보여주는 액션 연기를 해야 되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폭주 경험은 없다고 했다. 실제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다.

”폭주는 제 성향이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드러내고 티 내는 편이 아니거든요. 뭔가를 즐긴다면, 그걸 과장되게 표현하는 쪽이 아니라 그냥 혼자 즐기는 쪽이에요. 폭주는 방황하고 있을 때 방황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학창시절 착실했다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방황을 해도 내가 나랑 했어요. 조용했고 반 친구들이 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이번 영화에서 독특한 부산 사투리를 보여준다.

”’해운대’에서 원래의 부산 사투리를 보여준다면, 이번엔 서울에 올라와 조금 부드러워진 사투리에요. 억양은 사투리로 가져가는데, 디테일한 느낌이나 단어들은 좀더 서울말에 가깝죠. 제가 스무 살 때 서울에 처음 왔을 때도 표준어 쓰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었거든요. 그때의 느낌을 잘 아니까 그걸 떠올리면서 연기했어요.”

그는 이번 영화에서의 연기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는 평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워했다.

”연기에 대해 혹평이 나온다면 제가 연기를 잘못한 거겠죠. 그 과장된 면을 보시는 분들이 장점으로 느끼게 해야 했을 텐데, 잘 모르겠어요. 특히나 영화 자체의 장르와 그 속의 상황이 코믹하고 만화적인 면이 있어서 제 연기를 그런 장르로 가는 과정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하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만화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과장된다고 생각했고 일단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한국적인 정서도 들어가 있고 해서 그런 부분을 차별화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해운대’ 이후 ‘10억’에 출연했고 그 이전의 작품들도 몇 개 되지만, 대중들의 뇌리에는 ‘해운대’에서의 소방관으로 각인돼 있을 듯하다. 실제로 그의 이름이 영화 포스터의 출연배우 이름 중 맨 앞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해운대’가 대박을 터뜨린 덕분에 그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영화계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많이 알아봐 주시긴 했는데, ‘해운대’ 이후에는 그냥 알아보는 게 아니라 애정을 가져주는구나, 좋아해 주는구나! 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 캐스팅되는 데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은 없었어요. 그냥 (출연) 분량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고 영화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이걸 해야 되겠구나 결심하고 작품에 대해 연구를 했죠. 그런데 최근에 주위 분들이 ‘잘 돼야 할 텐데, 부담 안 되느냐’고 자꾸 얘기를 해서 생각해 보니 그런 관점이 있겠다 싶었고요. 영화 홍보하는 데 책임감이 많이 들긴 해요.”

그는 ‘해운대’로 윤제균 감독의 눈에 들었고 이번에 윤 감독이 제작한 ‘퀵’에 다시 캐스팅돼 ‘윤제균 사단’이라는 수식어까지 달기도 했다.

”그렇게 불린다면 팀워크를 좋게 봐주는 것 같아 장점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해운대’와는 장르적으로 다르고 ‘퀵’에서 내가 해야 할 몫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비슷한 이미지로 보이지 않도록 제가 더 조심하고 노력해야겠죠.”

바로 다음 작품으로 윤 감독이 다시 섭외를 한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윤 감독님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컨트롤하기 때문에 그분이 연출하는 영화에서 저를 다시 찾는다면, 분명히 그럴 이유가 있을 거고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만화 같은 영화에 출연한 그는 실제로 만화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일본 만화 ‘20세기 소년’ ‘몬스터’ 등은 그가 집에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코믹이나 순정만화도 많이 읽었다고 했다. 또 만화책뿐만 아니라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연기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정말 잘하고 싶은데 뭘 해야 잘하게 되는지 모르겠고 그럴 때 주변 분들이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자주 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전까진 책을 읽던 애가 아니라서 스스로 길들인다고 할까 그런 마음으로 TV를 없애고 책만 읽었던 적이 있어요. 그게 익숙해지다 보니 요즘은 심지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죠. 최근에 읽은 것 중에선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피처’와 천명관 작가의 ‘고래’,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같은 책들이 재미있었어요.”

그의 연기 욕심은 소박한 듯하면서도 결연한 구석이 있었다.

”언제든 내가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계속 갈 수 있으니까요. 어떤 작품에서든 또 한 발 움직였구나 하는, 조금씩 새롭고 발전적인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됐으면 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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