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의 ‘춤’ 도발, 에든버러를 유혹하다

안은미의 ‘춤’ 도발, 에든버러를 유혹하다

입력 2011-08-22 00:00
업데이트 2011-08-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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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접목한 ‘프린세스 바리’ 에든버러서 공연

“아들! 아들! 아들!” 왕이 반복해 말한다. “아들! 아들! 아들!” 왕비가 처연하게 이를 받아 읊조린다. 하지만 왕비는 또 딸을 낳는다. “또 딸이냐? 보기도 싫다. 갖다 버려라! 버려!” 왕은 끝내 고함을 치며 좌절한다.

21일 밤(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는 우리나라의 바리데기 설화를 도발적으로 재해석한 안은미 무용단의 ‘프린세스 바리’에 매혹됐다.

’프린세스 바리’는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바리데기가 결국 아픈 아버지를 위해 저승까지 가서 약을 구해 살려낸다는 내용을 기본 뼈대로 한다. 이 작품은 이승과 저승 등 2부작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연된 것은 바리데기가 저승에 약을 구하러 떠나기 전의 이야기를 담은 이승 편이다.

안은미는 이 고대 설화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줄거리부터 현대적 시각으로 뒤틀었다.

그는 바리데기 역에 여자가 아닌 높은 음역으로 노래하는 남자 무용수를 기용했다. 바리데기가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버려졌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버림받는 사람을 요즘 시대에 맞게 해석한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무대 위에 등장한 뒷모습의 나신(裸身)도 여자인지 남자인지 한 눈에 알 수 없어 성별이 애매한 바리데기를 의미하는 듯했다.

안은미가 이 작품에서 전통과 현대를 파격적으로 크로스오버(crossover)한 것은 비단 내용뿐만이 아니다. 춤과 음악, 그리고 의상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전통적인 춤사위를 기본 골격으로 테크노 댄스와 아크로바틱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동작과 이 동작을 부각시켜줄 번쩍이는 광택 소재의 짧은 한복 등을 사용했다. 부채춤을 추는 장면에서 무용수들은 노랑과 분홍 등 형광색의 개량 한복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꽹과리, 태평소, 해금, 가야금 등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인 드럼 등으로 만들어내는 격렬한 연주,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구구절절한 구음(口音)도 관객을 사로잡을 만했다. 굿에 발판을 둔 소리는 내용에 따라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하며 관객이 무대에 집중하게 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공연이 끝나자 관객은 “그레이트(great)!” “엑설런트(excellent)!”를 외치며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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