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 고려선박서 각종 유물 쏟아져

태안 앞바다 고려선박서 각종 유물 쏟아져

입력 2011-10-06 00:00
업데이트 2011-10-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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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간 32점..”삼별초 실체 확인 획기적 자료” 녹용에 홍합털.장기 돌도 나와..”고려시대 타임캡슐”

충남 태안군 마도해역 수중에서 발견된 13세기 선박 ‘마도 3호’선에서 목간(木簡) 32점을 비롯, 고려시대를 연구하는 데 획기적인 자료가 다수 확인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도 3호선에 대한 수중 발굴조사를 통해 적재된 화물이 어디를 향했는지 묵서로 적은 목간 다수와 도기호(陶器壺) 28점을 포함해 곡물류, 사슴뿔, 장기돌 등 총 287점에 이르는 유물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목간 판독 결과 마도 3호선은 1260~1268년 무렵 개성에 사는 권력자들에게 바칠 각종 화물을 싣고 지금의 전남 여수, 혹은 그 인근에서 출항, 서해안 연안을 따라 개성을 향하다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소는 마도 3호선이 길이 12m에 너비 8m, 깊이 2.5m가량이며, 현재까지 수중 발굴된 고려 선박 중에서는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성낙준 소장은 “무엇보다 그동안 발굴된 적이 없는 배의 이물(船首)과 고물(船尾), 돛대와 이를 고정하는 구조 등이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고려 시대 선박 구조의 전모를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선박에 적재된 화물 수취인(받을 사람)으로 시랑(侍郞. 정4품) 신윤화(辛允和)와 유승제(兪承制. 정3품)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중 ‘유승제’는 성이 유씨이며 관직이 ‘승제’라는 뜻으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의 문헌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에 해당하는 인물은 유천우(兪千遇)밖에 없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나아가 연구소는 신윤화와 유천우가 목간에 등장하는 관직을 지낸 시기가 1264~1268년이라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마도 3호선이 침몰한 시점을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간에 등장하는 다른 수취인인 김영공(金令公)은 최씨 무인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권력을 잡은 무인 집권자 김준(金俊)으로 드러났다.

특히 발굴된 목간에서 ‘우삼번별초도령시랑(右三番別抄都領侍郞)’이라는 문구가 확인됨으로써 삼별초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소는 “이 목간을 통해 삼별초가 좌ㆍ우 각 3번(番)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은 물론, 별초의 지휘관이 종래 7~8품 하급 무반(武班)이라고 알려졌지만 4품 시랑(4품. 장군과 같은 품계)도 맡는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따라서 마도 3호선 목간은 “몽골 침략에 끝까지 저항한 삼별초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획기적인 사료(史料)”라고 성 소장은 평가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들 목간은 중앙의 관직자가 자신의 본관에 대한 연고권을 갖는 소위 사심제(事審制)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마도 3호선에 실린 주요 화물은 젓갈, 말린 생선, 육포, 볍씨 등 먹거리가 주류를 이룬 것으로 드러났다.

대나무 상자에 생선뼈가 가득 들어 있었으며 그와 함께 발굴된 목간에서 상어를 뜻하는 ‘사어(沙魚)’라는 말이 확인됐고 말린 홍합(건담), 생전복(생포. 生鮑), 전복젓갈(포해) 등도 항아리에 담긴 채 발견됐다.

홍합 털(足絲)과 사슴뿔도 다량으로 나왔다. 조사단은 홍합털과 사슴뿔은 지혈제 등과 같은 약재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함께 볍씨, 보리, 밤 등의 곡물류와 함께 직물 뭉치도 발굴됐다.

또 장기돌 47점도 포함됐다.

조사단은 “검은색 타원형 조약돌 앞면과 뒷면에 장군(將軍), 차(車), 포(包), 졸(卒) 등이 뚜렷이 적혀 있다”면서 “마도 3호선 선원들의 오락거리로 고려 중기 송나라에서 유입된 장기가 일반에서 많이 두어졌다는 것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소장은 “마도 3호선은 1264~1268년 고려의 지방지배, 삼별초 등 정치ㆍ군사ㆍ경제 실상과 함께 고려 사람들의 먹거리, 장기 등 일상생활을 밝힐 수 있는 여러 자료를 담은 타임캡슐”이라면서 “발굴 조사는 올해 10월 말까지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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