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19인 작품 120점 전시
“이제 욕먹을 일만 남았죠. 왜 나는 빠졌냐, 선정 기준이 뭐냐 하는 소리가 벌써 들려요. 하하하.” 미디어아트 분야를 한번쯤 총정리해 보자는 취지로 서울 종로구 서린동 아트센터나비에서 열리는 기획전 ‘육감 마사지’를 준비한 류병학(51) 큐레이터가 씽긋 웃었다.이이남의 ‘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미디어아트를 정리한다면서 딱 19명의 작가만 선정했다. “백남준 선생이 1960년대부터 국제무대에서 비디오 아트를 선보였는데 정작 국내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 사람은 박현기(1942~2000)예요. 이 분을 시작으로 꼽고 그 이후, 한두번 하다 만 분들이 아닌 꾸준히 작업해 온 분들을 골랐습니다.”
대신 2000년까지로 끊었다. 그 이후로는 미디어아트 작가가 너무 많아진 데다 이때부터는 동시대 예술이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마침 2000년대 들어서 미디어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아트센터나비가 만들어지고, 미디어시티서울 같은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그 활성화 이전의 시대를 되돌아보자는 것이지요.”
해서 박현기 이후 이이남, 김해민, 이용백, 박화영, 김세진, 김창겸, 전준호, 장지아, 양아치 등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까지 모아 1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굳이 분류해서 붙이자면 이들을 1세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초기에는 대구, 대전 같은 지방 작가들이 주도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고, 1990년대 말 이후에는 해외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 중심이 됐습니다. 이 둘 사이에 간극이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중간에 공백이 너무 커서 한데 묶는 것이 좋다고 봤습니다.”
이런 전시 기획은 미디어아트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사실 미디어아트가 넘쳐난다지만 판매로는 잘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몇몇 스타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판로가 마땅치 않은 면이 있고, 뜬다 뜬다 하지만 대개의 작가들은 안정적인 기반을 갖지 못한 채 작업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들개’가 됐다고 했다. “홍대 인디밴드나 대학로 연극팀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연극,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일종의 총체극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내년에 두 작품 정도 한번 무대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02)2121-103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11-12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