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주연 두 은경을 만나다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주연 두 은경을 만나다

입력 2011-11-21 00:00
수정 2011-11-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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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백석예술대교수 “슬픔속 카타르시스 객석 올 킬 자신” 오은경 세종대교수 “스타일 너무 달라 경쟁심보다 호기심”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椿姬)란 제목으로 올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서양 오페라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모든 소프라노의 ‘로망’이다. 노래와 연기 난이도, 굴곡진 인생을 사는 캐릭터의 매력은 물론, 극을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비중이 이만큼 지배적인 작품이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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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착한 비올레타라면, 나는 나쁜 비올레타”라는 김은경(왼쪽) 교수의 말에 오은경 교수가 애써 웃음을 참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언니가 착한 비올레타라면, 나는 나쁜 비올레타”라는 김은경(왼쪽) 교수의 말에 오은경 교수가 애써 웃음을 참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

오는 24~27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에는 두 명의 ‘은경’이 나온다. 오은경(46) 세종대 교수와 김은경(44) 백석예술대 교수. 서울대 성악과 2년 선후배로 절친한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세 명이 번갈아 주인공을 맡는 트리플 캐스팅이라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을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우선 무대 인연이 서로 닿지 않은 까닭부터 물었다. “언니(오 교수)는 레체로(lecero·가벼운 소리) 소프라노이고, 저는 리릭(lirico·부드럽지만 선이 있는 소리) 소프라노라 소화하는 배역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올레타 역의 또 다른 특징은 레체로와 리릭 소프라노 모두 캐스팅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김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스타일이 서로 너무 달라서 라이벌 의식은 없다.”면서도 “한동안 김 선생의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소화할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모와 키라면 몰라도 노래로 경쟁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오 교수는 비올레타로 이미 여러 번 무대에 섰다. 반면 김 교수는 이번이 데뷔전이다. 오 교수는 “비올레타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지만, 연약하기보다는 강한 캐릭터”라면서 “네번쯤 했지만 연출과 상대역에 따라 호흡이 다르고 나 자신도 나날이 성숙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의) 음악이 내 몸에 딱딱 맞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가 “나도 집에서 전신 거울을 놓고 100번쯤 비올레타를 했다.”고 ‘응수’해 폭소가 터졌다. 김 교수는 “지금껏 했던 작품 중 가장 고난도다. 기분이 우울해지는 슬픔이 아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슬픔을 전해 드리겠다. 객석을 ‘올킬’시킬 자신 있다.”며 역시 자신감을 내보였다.

두 사람도 어느덧 40대 중반. 언젠가는 무대와 멀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오 교수는 “지휘나 연주와 달리 성악은 몸이 악기이다 보니 나이가 들면 쇠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60대 성악가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들었는데 곡의 느낌을 완벽하게 이해한 듯 싶었지만, 몸의 한계로 한계에 부딪히더라. 누구나 오랜 세월 무대에 서고 싶지만, 어느 순간 찾아주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게 인생이랑 똑같다. 세상을 알 만하면 몸이 안 따라주는 게 인생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성악에 열광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의 한계… 성악·인생 닮은 꼴”

요즘 국내에선 고전 오페라의 현대적 재해석이 유행이다. 김 교수는 “한때 고전을 비트는 게 유행이었지만, 독일이나 이탈이라에선 원전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강하다. 한국 현실에선 더 필요하다. 춘향전은 누구나 원전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까 비틀어도 괜찮지만, 이탈리아 오페라를 오리지널도 모르는 상태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본다면 참맛을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는 2008년 이탈리아 베르디극장 공연 당시 현지 평단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정통성을 간직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라 트라비아타 알렉상드르 뒤마 2세의 자전적 소설 ‘동백아가씨’를 토대로 했다.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와 그를 흠모하는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부르는 이중창 ‘축배의 노래’(Brindisi)가 유명하다. 2만~12만원. (02)399-1783~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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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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