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과 西의 문화가 싱가포르서 만났을 때

東과 西의 문화가 싱가포르서 만났을 때

입력 2013-03-22 00:00
수정 2013-03-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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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페라나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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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나칸 신부복. 19세기 말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고운 분홍색에 나비와 모란 등이 금실로 수놓아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페라나칸 신부복. 19세기 말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고운 분홍색에 나비와 모란 등이 금실로 수놓아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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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에 놓인 장식을 떼어낸 침대. 작아 보이지만 가로 길이가 2m이다. 구슬로 만든 각종 장신구를 매달았다. 중국적인 길상무늬를 넣은 금실과 구슬을 이용한 자수 태피스트리를 달고 카펫을 깔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신방에 놓인 장식을 떼어낸 침대. 작아 보이지만 가로 길이가 2m이다. 구슬로 만든 각종 장신구를 매달았다. 중국적인 길상무늬를 넣은 금실과 구슬을 이용한 자수 태피스트리를 달고 카펫을 깔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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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구슬 100만개를 꿰어 만든 테이블보. 1㎜의 바늘땀으로 보이는 것들이 모두 구슬이다. 분홍과 터키색이 조화된 섬세한 구슬공예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깨알 같은 구슬 100만개를 꿰어 만든 테이블보. 1㎜의 바늘땀으로 보이는 것들이 모두 구슬이다. 분홍과 터키색이 조화된 섬세한 구슬공예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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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로 중국에서 제작한 뇨냐 자기 세트 중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혼수로 중국에서 제작한 뇨냐 자기 세트 중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말레이시아의 믈라카(말라카)·페낭은 동서양 중계무역의 동남아시아 주요 요충지였다. 오랜 세월 중국과 인도, 아랍(14세기)의 영향을 받았지만, 대항해 시대가 열린 15세기 말부터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네덜란드·영국의 영향을 받아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독특한 혼합 문화를 발전시켰다. 금보다 더 비쌌다는 후추 등 향신료의 산지로 더욱 각광을 받았다.

무역을 하는 중국·인도 등의 남성은 본국에 부인을 두고도 현지에서 말레이 여성과 혼인하고 후손을 낳았다. 말레이어로 ‘페라나칸’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인종과 문화가 싹텄다. 이 중 싱가포르에서는 페라나칸들이 많고 역사도 깊어 고유 문화로 자리 잡았다. 페라나칸은 다수가 중국계이고 아랍계와 인도계, 유럽계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5월 19일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 특별전을 연다. 싱가포르 국립문화유산위원회와 아시아문명박물관 소장품 230점이 소개된다. 박성혜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페라나칸 혼합 문화를 통해 동남아의 문화적 다양성을 살펴보면서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부로 구성된 특별전의 시작은 혼례다. 제1부는 ‘믈라카에서 온 신랑 신부’로 꾸민다. 12일간 열리는 페라나칸 혼례의 첫날 모습을 보여 주는 코너다. 용과 봉황을 수놓은 화려한 일산 아래 중국식 복장을 한 신랑과 모란과 나비 등을 수놓은 일산 아래 자수와 구슬 공예로 장식한 화려한 예복을 입은 신부가 관람객을 맞는다. 신랑 옷은 차분한 색깔이지만 신부 옷은 분홍색 비단에 화려하다. 다이아몬드와 구슬로 장식한 신부의 머리 장식이 화려하다.

제2부 ‘페라나칸의 혼례: 중국의 영향’에서는 혼례 침실을 소개한다. 혼례 침실은 페라나칸 공예미술을 보여 준다. 구슬 장식품들이 화려하고, 침실 좌우에 아이리시 카펫을 깔아 놓은 것도 특징이다.

제3부는 ‘뇨냐의 패션: 말레이의 영향’을 정리한다. 페라나칸 여성은 말레이 전통 옷인 사롱과 케바야를 입고, 케로상이라는 보석 장신구를 더한다. 부와 신분을 자랑하기 위해 금세공한 위에 진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여성용 벨트와 귀걸이, 페이즐무늬 브로치 등이 눈길을 끈다.

제4부 ‘서구화된 엘리트: 유럽의 영향’에서는 유럽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페라나칸의 모습을 살펴본다. 페라나칸은 영어를 배우고 서구식 복장을 했으며, 기독교로 개종하고 테니스나 크리켓 등을 즐겼다. 스스로를 영국 신민이라고 생각해 중국인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마지막 제5부는 ‘페라나칸 공예미술’을 위한 코너로, 여성들의 자수와 구슬 세공품, 신부용으로 따로 주문 제작한 도자기인 뇨냐 자기를 만난다. 뇨냐는 ‘여자’라는 뜻으로, 혼수품으로 중국 본토에서 거금을 주고 마련했다고 한다. 터키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채색 도자기들이다. 유럽에서 수입한 작은 구슬 100만개를 꿰어 만들었다는 식탁 깔개는 섬세하고 아름답지만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 들여야 할 노동을 생각하면 고개가 흔들린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2013-03-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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