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보릿고개’…200만 넘기도 힘들어

한국영화 ‘보릿고개’…200만 넘기도 힘들어

입력 2013-05-05 00:00
업데이트 2013-05-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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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줄줄이 흥행 부진..할리우드 대작 피해 개봉 미루기도

‘1천만 영화’ 세 편을 잇따라 배출하며 잘 나가던 한국영화 열풍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침체는 가히 ‘보릿고개’라 할 만하다.

할리우드 공습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몇몇 영화는 개봉을 아예 미루는 지경이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 개봉한 ‘신세계’가 468만 명을 동원한 이후 한국영화 개봉작 중 2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이 한 개도 없었다.

3-4월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CJ·롯데·쇼박스 등 대기업 투자배급사 3사가 내놓은 상업영화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3월 초 CJ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사이코메트리’가 53만4천 명으로 흥행에 참패했고 강우석 감독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은 ‘전설의 주먹’도 초반 흥행몰이를 하지 못하고 한 달간 165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두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악재를 만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1위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초라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2월 말 개봉한 ‘분노의 윤리학’이 22만5천618명을 모으는 데 그쳐 쓴맛을 봤다. 3월 개봉한 ‘연애의 온도’는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대체로 호평받으며 로맨틱코미디 장르로는 괜찮은 성적인 186만 관객을 기록했지만, 200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연초 ‘박수건달’로 400만 가까운 흥행의 단맛을 봤지만, 3월 개봉한 ‘파파로티’(171만)가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파파로티’는 여러모로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 많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할리우드 이십세기폭스 스튜디오가 투자한 한국영화 ‘런닝맨’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14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4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몰려오면서 한국영화는 크게 위축됐다.

톰 크루즈의 ‘오블리비언’이 2주가량 박스오피스를 훑고 지나간 데 이어 ‘아이언맨3’가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연일 매출액 점유율과 예매율이 80%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같은 할리우드 공습으로 4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39.8%로 떨어졌다. 1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아이언맨3’가 점령하면서 지난 1일 개봉한 한국영화 ‘전국노래자랑’은 상영관이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등 첫주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언맨3’에 이어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윌 스미스 부자가 주연한 ‘애프터 어스’, 슈퍼맨 시리즈의 새 출발을 보여주는 ‘맨 오브 스틸’ 등이 줄줄이 개봉 예정이어서 한국영화의 흥행 전망은 계속 어두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국내 영화업계는 당분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달 개봉을 계획하고 있던 하지원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는 개봉 시기를 아예 하반기로 미뤘다. 6월 개봉을 고려하던 최승현(빅뱅 탑) 주연의 ‘동창생’과 김성수 감독의 재난영화 ‘감기’ 역시 아직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기대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6월 초 개봉하는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영화 보릿고개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가 개봉하는 7-8월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까지 3개월 간격으로 이어진 1천만 영화의 행렬은 6개월 이상의 휴지기를 보내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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