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송포유’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SBS ‘송포유’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입력 2013-09-23 00:00
수정 2013-09-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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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가해자 미화” vs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희망 주려”

지난 추석 연휴 전파를 탄 SBS 특집 프로그램 ‘송포유’가 구설에 올랐다.

’송포유’는 학교 폭력, 왕따 등에 신음하는 청소년들이 가수 이승철과 가수 겸 배우 엄정화의 지도 아래 합창단을 꾸려 세계 합창대회에 도전하는 3부작 프로그램.

이승철은 강서구 화곡동에 자리 잡은 대안학교 성지고등학교, 엄정화는 성북구 하월곡동의 서울도시과학기술고(구 서울북공업고)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합창단을 지도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희망을 찾아준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참가자들의 ‘변화’를 보다 극적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이들의 과거 학교 폭력 가해 경험을 여과 없이 내보내 일부 시청자의 반발을 산 것.

특히 이승철이 맡은 성지고 학생들의 인터뷰가 문제가 됐다. 성지고는 정규 학교 중퇴자, 결손 가정의 소년소녀가장,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을 교육하는 대안학교다.

출연 학생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대를 맞으면 삽을 들고 산에 올라가서 세 대를 쳐야 한다”거나 “아이들을 땅에 묻은 적도 있다”는 등 무서운 경험을 거침없이 말했다.

방송 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송포유’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가해 학생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한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는 방송에 등장한 가해 학생으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고 주장하며 “방송에서 그 학생을 다른 이미지로 포장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며 “방송을 보다가 울었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불똥’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이승철에게도 튀었다. 학생들에게 희망을 전하려는 의도로 자신의 인생 역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전과 9범이었다”고 말한 것이 논란에 불을 지핀 것.

이승철은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새 희망을 주고자 ‘송포유’를 맡았다”며 “실제로 변화하는 모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또 ‘전과 9범’ 발언을 두고 “아이들에게 다가가고자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끝까지 방송을 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폭력 청소년을 미화했다는 논란에 대해 SBS는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방송의 의도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SBS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는 26일 방송될 3부를 보면 아이들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힐링’을 하는 과정에 주목해 달라”고 설명했다.

’송포유’는 지난 21일 1부가 3.9%, 22일 2부가 5.8%(닐슨코리아·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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