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공인은 모범 보여야하는 존재”…佛신문, 꼬집었다

“한국서 공인은 모범 보여야하는 존재”…佛신문, 꼬집었다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4-01-15 21:26
업데이트 2024-01-1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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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경력, 도덕성의 제단에서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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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故) 이선균. tvN 제공
배우 고(故) 이선균. tvN 제공
배우 고(故) 이선균의 사건을 계기로 공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 현실을 조명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14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그가 억울함을 호소했고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경찰 조사 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된 점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가 사망하기 직전 경찰 조사가 19시간 동안 진행된 점도 꼬집었다. 또 이선균의 죽음 이후 한국 영화계가 경찰과 언론의 압박을 규탄하는 움직임도 함께 보도했다.

매체는 “그의 죽음을 계기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 죽음은 많은 이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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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하며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하며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인들 “故이선균, 가혹한 인격살인 당해…진상규명 촉구”
앞서 봉 감독 등 영화계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인들은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진상 촉구에 나섰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를 비롯해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상 제작 실무자 단체와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등 모두 29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결성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지난 9일 “지난달 27일 작고한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성명 발표 이유를 밝혔다.

성명서에는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 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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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선균(48)의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故이선균(48)의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사회, 공인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 갖고 있다”
리베라시옹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K-팝 스타 문빈과 가수 해수, 2020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보다 11년 앞선 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은 한국 사회와 유명인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 영화사 등을 가르치는 앙투안 코폴라 교수는 리베라시옹에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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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故)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고(故)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체는 마약 복용 혐의와 유흥주점 출입으로 조사받은 이선균이 겪은 불명예가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선균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의 경력이 도덕성의 제단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고도 말했다.

리베라시옹은 대표적인 예로 배우 김민희를 들었다.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이 터지면서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입었고, 이후엔 홍 감독 영화에서만 연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지난달 23일까지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다가 같은 달 27일 성북구 한 주차장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이후 경찰의 과도한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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