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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근원(水原)에서 별처럼 빛나는 작품들

물의 근원(水原)에서 별처럼 빛나는 작품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4-24 11:20
업데이트 2023-04-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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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상설전 ‘물은 별을 담는다’ 시작
나혜석 1930년대 작품 ‘염노장’ 원본 첫 공개
정상가족 의미 묻는 ‘어떤 Norm(all)’ 전시회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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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염노장(1930년대 추정), 캔버스에 유채, 73 ×60.5㎝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나혜석, 염노장(1930년대 추정), 캔버스에 유채, 73 ×60.5㎝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괴나리봇짐에 지팡이까지 짚고 있는 노파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무슨 고민을 하는 것일까.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근대적 여권 운동가였던 나혜석(1896~1948)이 1930년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염노장’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식을 뛰어넘는 발언들 때문에 그림이 불타고 가족, 친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사회에서도 비난받아 서서히 병들어 가던 나혜석은 해방 직후 어느 겨울 행려병자로 숨을 거뒀다. 염노장을 보고 있노라면 나혜석이 자신의 말년을 그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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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순,  한알의 밀알(1983), 캔버스에 유채, 91×91㎝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백남순, 한알의 밀알(1983), 캔버스에 유채, 91×91㎝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18일부터 나혜석의 작품을 비롯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46점을 엄선해 전시하는 상설전 ‘물은 별을 담는다’를 시작했다. 물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의미의 지명 ‘수원’(水原)에서 별처럼 빛나는 예술작품을 만나라는 의미이다.

나혜석의 ‘염노장’ 원본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나혜석을 시작으로 미술관이 소장한 여성주의 작품들만을 모아 놓은 ‘성, 별을 넘어서’라는 주제의 전시장을 따로 꾸몄다. 여기에는 나혜석이 1928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화상’과 나혜석의 뒤를 이은 수원 출신 여성 미술가 백남순(1904~1994)의 1983년 작 ‘한 알의 밀알’이 마주 보도록 배치한 ‘나혜석과 백남순의 방’이 마련돼 있어 미술관이 소장한 여성주의 작품만을 따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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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길, 행궁과 팔달산(서장대)풍경(2014), 화선지에 수묵담채, 240 × 200㎝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오용길, 행궁과 팔달산(서장대)풍경(2014), 화선지에 수묵담채, 240 × 200㎝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물언덕을 비추며’라는 전시장에서는 과거 수원의 풍경을 그린 작품들로 추억 속 수원과 수원 미술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오용길 작가의 수묵담채화 ‘행궁과 팔달산(서장대)’는 수원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전시는 2024년 2월 18일까지.

한편 미술관은 상설전과 함께 가족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기획전 ‘어떤 Norm(all)’을 시작했다. 전시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정상적이라는 영어 단어 ‘노멀’과 모두를 뜻하는 ‘올’을 합성해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을 벗어나 어떤 형태의 가족이라도 차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예술작품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번 현대미술 기획전에는 9명의 작가와 2개의 팀이 참여해 회화, 사진, 설치, 영상, 게임,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6점을 내놓으면서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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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2016), 국·영문 2채널 흑백 비디오,  5분 41초  수원시립미술관 소장
·장영혜중공업,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2016), 국·영문 2채널 흑백 비디오, 5분 41초

수원시립미술관 소장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머리에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갖고 있다”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웹아티스트그룹 장영혜중공업은 그 문장을 뒤집어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라는 제목의 영상 작품을 내놨다. 가정마다 불행의 원인이 비슷하고 정상 가족 이면의 불화와 가정 내 폭력 같은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 가족도 결코 정상적이기만 하지는 않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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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미친년 프로젝트-미친년들 #1(1999), C-프린트, 150×120cm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박영숙, 미친년 프로젝트-미친년들 #1(1999), C-프린트, 150×120cm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현대 사회의 가족은 기존의 혈연과 혼인 위주의 형태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해지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모든 형태의 가족이 ‘정상적인’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미래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전시는 오는 8월 20일까지.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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