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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다른 제주의 초록..그 앞에서 마음을 펴 봐요” ‘오픈런’ 작가 김보희의 위로

“매순간 다른 제주의 초록..그 앞에서 마음을 펴 봐요” ‘오픈런’ 작가 김보희의 위로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06-19 13:40
업데이트 2023-06-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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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작가가 해가 다 넘어가지 않은 어느 초저녁 산방산 봉화대 옆에 뜬 보름달을 보고 벅찬 감동을 받고 그려낸 ‘비욘드’(Beyond·2023). 갤러리바톤 제공
김보희 작가가 해가 다 넘어가지 않은 어느 초저녁 산방산 봉화대 옆에 뜬 보름달을 보고 벅찬 감동을 받고 그려낸 ‘비욘드’(Beyond·2023).
갤러리바톤 제공
“초록 그림이 많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반영이다. 그 싱싱한 초록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증거다. 큼지막한 초록잎을 시원하게 펼쳐 그릴 때면, 작은 체구의 나도 활짝 몸을 펴는 느낌이다.”(김보희 그림산문집 ‘평온한 날’에서)

요즘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는 벽면마다 초록빛과 푸른빛의 제주가 일렁인다. 날마다 봐도 날마다 다른 색과 공기, 향기를 머금은 제주의 바다와 하늘, 나무와 달은 그림 앞에 선 이의 몸과 마음을 활짝 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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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부터 캔버스에 동양화 물감을 채색해 김보희식 점묘화로 불리는 회화적 풍경화를 확립한 김보희 작가. 갤러리바톤 제공
2000년대 초반부터 캔버스에 동양화 물감을 채색해 김보희식 점묘화로 불리는 회화적 풍경화를 확립한 김보희 작가.
갤러리바톤 제공
2017년 이화여대 미대 교수를 지내다 은퇴하며 제주에 정착한 뒤부터 일상의 충만한 정경을 화폭에 담아 온 김보희(71) 작가의 신작이 갤러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금호미술관에서 연 전시에서 ‘초록색 치유의 힘’으로 관람객들이 입장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서는 ‘오픈런’을 하게 만들며 스타 작가가 됐다. 방탄소년단 RM이 다녀간 전시로도 주목받았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그는 서귀포 작업실 주변과 반려견 레오와의 산책길 등의 친밀한 풍경으로 관람객들을 따스히 보듬는다.

주 전시장 옆 작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압도하는 건 산방산 봉화대 옆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이다. 아직 해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초저녁, 수년 만에 가장 큰 달을 볼 수 있다는 뉴스에 산책을 나간 작가가 바라본 달이 우리 눈 앞에도 펼쳐진다. 달 중심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노란빛의 기세에서 그 순간 작가가 느낀 벅찬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비욘드’(Beyond·2023)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인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앞으로 달 그림을 더 많이, 더 크게 그려보고 싶다”며 새 연작 시리즈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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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작가의 서귀포 자택 정원에서 쉬고 있는 반려견 레오를 그린 ‘레오’(2023). 갤러리바톤 제공
김보희 작가의 서귀포 자택 정원에서 쉬고 있는 반려견 레오를 그린 ‘레오’(2023).
갤러리바톤 제공
전시장 중앙에는 상대를 온전히 신뢰하는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작가의 반려견 ‘레오’(2023) 연작 넉 점이 이어지는 그림처럼, 병풍처럼 관람객들을 반긴다.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레오가 작가가 직접 꾸민 정원 곳곳에서 쉬는 모습이 보는 이에도 “쉬어가라”고 다정히 말을 건네는 듯하다. 초록의 정원 속 레오의 검은색과 꽃의 화려한 발색이 생기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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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작가의 ‘레오’(2023) 연작 갤러리바톤 제공
김보희 작가의 ‘레오’(2023) 연작
갤러리바톤 제공
작가는 “(금호미술관 전시) 이전에는 미술 관계자들이 작품을 주로 보러 왔다면 이후에는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서 고맙고 감동했다”면서 “앞으로도 내가 느낀 대로 솔직하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보답하는 길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그림을 보러 오는 이들과 나누고 싶은 건 단순하지만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이다.

“내가 그림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자연의 경이로움, 생명의 기운, 평화 같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내 그림을 보고 위로와 평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 지도 생각한다.”(‘평온한 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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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바톤을 찾은 한 관람객이 각각 하늘과 바다를 그린 캔버스 두 개를 이어 붙여 하나의 정경으로 빚어낸 ‘Towards’(2023)을 감상하고 있다. 갤러리바톤 제공
김보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바톤을 찾은 한 관람객이 각각 하늘과 바다를 그린 캔버스 두 개를 이어 붙여 하나의 정경으로 빚어낸 ‘Towards’(2023)을 감상하고 있다.
갤러리바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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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하늘과 바다를 그린 캔버스 두 개를 이어 붙여 하나의 정경으로 빚어낸 ‘Towards’(2023). 갤러리바톤 제공
각각 하늘과 바다를 그린 캔버스 두 개를 이어 붙여 하나의 정경으로 빚어낸 ‘Towards’(2023).
갤러리바톤 제공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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