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거리장단 첼로 + 화성법 가야금… 국악도 클래식도 아닌 묘한 ‘새로움’

굿거리장단 첼로 + 화성법 가야금… 국악도 클래식도 아닌 묘한 ‘새로움’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09-07 17:50
업데이트 2020-09-0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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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다니엘·윤다영 ‘앙상블’의 매력

獨 한국문화원 협연 주선으로 첫 만남
처음 접한 소리에 서로 강렬하게 끌려
국악 레퍼토리에 클래식 요소 녹여내

김 “우리 음악 악보 없어 언제든 변화”
윤 “대중에 친근·편안한 음악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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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첼로가야금’은 서로 다른 두 전통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다. 동서양 현악기가 나란히 연주하는 모습은 새롭지만 그 소리는 조화롭다.  첼로가야금제공
앙상블 ‘첼로가야금’은 서로 다른 두 전통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다. 동서양 현악기가 나란히 연주하는 모습은 새롭지만 그 소리는 조화롭다.
첼로가야금제공
가야금 현을 스치며 만들어지는 바람 소리, 첼로 몸통을 두드리며 내는 굿거리장단. 동서양 두 현악기 선율이 오묘하게 잘 어울린다. 오스트리아 출신 첼리스트 김솔다니엘과 한국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이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꾸린 앙상블 ‘첼로가야금’은 두 악기의 조화만큼이나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듯 어울리는 소리를 만든다.

두 악기의 만남은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가야금 강사로 독일 한국문화원에서 일하던 윤다영과 베를린국립음대 대학원생이던 김솔다니엘이 포함된 현악사중주의 ‘신관동별곡’ 협연을 문화원이 주선했다. 유럽에서 정통 클래식만 공부한 김솔다니엘은 그때 가야금을 처음 보고 들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윤다영도 첼로를 그렇게 가까이 접한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서로의 소리에 빠져들었다. 연주가 끝나고서도 각자 악기로 떠오르는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몽환’이라는 곡을 만들어 갔다. 새로움과 창작에 목이 말랐던 두 사람이 오아시스를 만난 듯했다.

클래식과 국악이라는 각기 다른 전통이 만나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다양한 도전이 필요했다. 첼로는 기존 클래식 연주보다 훨씬 많은 피치카토(뜯는) 주법을 이어 갔고 12현 가야금의 단조로운 선율은 서양식 화성법을 도입해 음을 풍성하게 했다. 윤다영의 선율에 김솔다니엘이 무작정 첼로 몸통을 두드려 봤는데, 그게 바로 굿거리장단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도전들이 이어질수록 폭포수처럼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새야새야’를 테마로 한 ‘플라이 하이’(Fly high), 두 악기로 자연을 그려낸 ‘바다소리’, ‘사막의 밤’ 등은 모두 새로운 음악이면서도 그 안에는 국악의 레퍼토리와 클래식 요소들이 적절하게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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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첼로가야금’은 서로 다른 두 전통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다. 첼리스트 김솔다니엘(왼쪽)과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은 “틀을 정하지 않은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국립국악원 제공
앙상블 ‘첼로가야금’은 서로 다른 두 전통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다. 첼리스트 김솔다니엘(왼쪽)과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은 “틀을 정하지 않은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국립국악원 제공
두 사람의 조화는 특히 국악계에서 주목받는다. 1년간 유럽활동을 한 뒤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2017년 수림문화재단 수림문화상을 받으며 존재감을 알린 첼로가야금은 올해 국립국악원 전통공연 예술단체 지원 프로젝트인 ‘국악인(in·人)’, 정동극장의 청년 국악 인큐베이팅 사업 ‘청춘만발’에 잇따라 선정됐다. 국악원은 지난 6월 “가야금과 첼로의 어우러짐이 장구를 곁들이지 않아도 충분한 장단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고, 정동극장도 지난달 “동서양 악기의 만남이 새로움을 준다”고 언급했다.

다만 둘에겐 정작 “장르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국악을 중심 레퍼토리로 끌고 가며 두 악기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음악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데다 ‘국악’ 또는 ‘재즈’ 등으로 틀로 묶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저희 음악은 국악과 같이 악보가 없어요. 매 순간 새로운 음을 맞춰 보며 곡을 써 가고 언제든 바뀔 수도 있죠.”(김솔다니엘)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정말 대중에게 친근한,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며 듣기 편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윤다영)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09-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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