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300번째 무대 오르는 남경주 “공연할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감사”

‘위키드’ 300번째 무대 오르는 남경주 “공연할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감사”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5-19 19:17
업데이트 2021-05-1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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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300회째 공연
2013년 초연부터 세 시즌째 마법사 역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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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에서 마법사를 연기하는 배우 남경주.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에서 마법사를 연기하는 배우 남경주.
에스앤코 제공
서울 공연을 마치고 20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위키드’에서 배우 남경주가 새로운 기록을 쓴다. 2013년 첫 한국 공연부터 올해 세 번째 시즌까지 모두 참여한 그는 21일 300번째 위키드 무대에 선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이런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것 자체도, 찾아와 주시는 관객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면서 “세월이 많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시즌째 ‘위키드’ 지키며 극 중심 잡고 이끌어

위키드는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의 모험과 우정을 다뤄 무대 위 마법사의 비중은 이들에 비해선 크지 않다. 그러나 그는 ‘작은 역할이라는 건 없다’는 자신의 배우 철학을 들어 배역의 의미를 전했다. “특히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해외 공연을 할 때 마법사 역은 그 나라에서 상징성을 가진 배우들을 뽑도록 했다고 들어 더욱 기뻤다”면서 “저도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얻었고 당당하게, 책임감을 갖고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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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남경주.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배우 남경주.
에스앤코 제공
“위키드는 작품에서 비유하고 풍자하는 내용들이 어느 시대에 갖다놔도 공감할 수 있고, 들이댈 수 있는 잣대가 엄청 많죠. 좋은 작품이란 건 결국 사람들을 자극하고 공감하도록 하는 내용이 많아야 하는데 위키드도 좋은 작품이에요. 특히 마법사는 엘파바가 처음엔 동경하며 찾아다니는 상징적인 인물이죠.”

위키드와 그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딸을 임신한 아내와 미국 LA에서 브로드웨이팀 투어 공연을 처음 접했다. 당연히 그 작품을 언젠가 공연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불과 5년 만에 마법사를 노래하게 됐다.

●‘위키드’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와 이어지는 남다른 인연

위키드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남경주의 뮤지컬 데뷔작 ‘갓스펠’은 슈워츠의 브로드웨이 복귀작이었고, 처음 애니메이션 더빙을 한 ‘이집트의 왕자’ 속 OST도 슈워츠가 작곡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전 올린 뮤지컬 ‘빅 피쉬’는 스티븐 슈워츠의 아들인 스콧 슈워츠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남경주는 “이 넓은 지구 안에서 이렇게 인연이 닿는 게 신기하다”면서 “옛날엔 꿈도 못 꿨을 텐데 세계가 좁아질 만큼 우리의 무대가 커진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시즌에서 엘파바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손승연은 중학교 시절 멘토링을 해준 제자이기도 하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뮤지컬 하게 됐다’고 말해 줘 고맙고 뿌듯하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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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에서 마법사를 연기하는 남경주.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에서 마법사를 연기하는 남경주.
에스앤코 제공
그도 지난해 2월 마친 ‘빅 피쉬’ 이후 1년간 무대에 서지 않았다. 대신 한국뮤지컬협회를 비롯해 뮤지컬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리에 앞장서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만난 작품이 에너지를 뿜는 위키드였고 그에게는 “다시 일어설 힘과 활력을 줘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걸 일깨워 준 공연”이라고 했다.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것 많은 무대…늘 경외심 갖는다”

같은 작품에서 한결같이, 그리고 여러 작품에서도 늘 각기 다른 열정과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배우가 직업이니까요”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직업치고는 배워야 할 게 아직 많아요. 일을 하며 마주하는 사람들이 늘 변해가잖아요. 연기도 사회적인 관습, 상식 안에서 설득시킬 수 있도록 해야하니 저도 함께하는 사람들과 변해가지 않으면 공감을 주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동시대와 같이 가는 거죠. 그러려면 늘 이성을 깨우고 무엇이 부족한지 스스로 체크하며 공부를 해야해요.”

최근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늘 제가 서는 무대에 경외심을 갖는다”면서 “저를 항상 돌아보게 해주는 즐거운 놀이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 많은 곳이 무대”라는 그의 말에 더욱 힘이 실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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