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위에 쓴 가와바타의 삶

손바닥 위에 쓴 가와바타의 삶

입력 2010-03-13 00:00
업데이트 2010-03-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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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68편 ‘손바닥 소설’로 번역 출간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俳句)는 한 줄 문장 안에 우주를 담아낸다고 한다. 극히 짧은 형식으로 커다란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시에 하이쿠가 있다면 소설에는 콩트가 있다. 콩트는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이야기로 한 손바닥에 써질 정도의 분량이란 뜻에서 ‘장편(掌篇)소설’로도 불린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며 ‘설국’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는 일생동안 콩트를 썼다. 그가 40여년 동안 남긴 175편의 콩트는 여러 평론가, 연구자들에게 ‘가와바타 문학의 고향’, ‘가와바타 문학을 여는 열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가 남긴 짧은 소설들이 ‘손바닥소설’(문학과지성사 펴냄)이란 재치있는 이름으로 번역돼 나왔다. 가려뽑은 68편의 손바닥소설들은 보통 원고지 15장 내외, 적게는 2장, 길어도 30장을 넘지 않는 짧은 분량다. 하지만 짧은 호흡 안에서도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특징들은 고스란히 살아난다.

서정적인 문체도 그대로다. “많은 작가들이 젊은 시절에 시를 쓰지만, 나는 시 대신 손바닥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그의 손바닥소설에는 시와 같은 아늑함이 있다. 가와바타는 보통 콩트에서 기대하는 기발한 반전이나 재치·풍자보다는, 차분하고 애수에 젖은 분위기를 통해 삶의 비의(秘意)를 포착해 낸다.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 등 남녀 간의 심리나 애정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주로 그가 20대 초반에 쓴 것들로, 서정적 문체와 맞물리며 여리고 감성적인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 낸다. 부모, 부부, 아이 3대째 폐병을 앓지만 “당신과의 결혼 덕분에 행복하다.”고 병상에서 서로 말하는 부부, 보름 동안 임시 아내로 함께 했던 항구의 남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여인 등이 그런 예다.

가와바타의 삶과 서로 통하는 자전적 내용의 작품들도 많이 보인다. ‘어머니’라는 작품에서는 부모의 죽음을 처연한 어조로 전한다. 또 첫사랑 소녀 이야기를 그린 ‘양지’에서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남의 집 신세를 지게 되면서 늘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음을 고백하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3-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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