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함께 올레길 걸으며… 아들은 사진찍고 엄마는 글쓰고

모자가 함께 올레길 걸으며… 아들은 사진찍고 엄마는 글쓰고

입력 2010-07-17 00:00
업데이트 2010-07-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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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올레】 임후남 지음 생각을 담는 집 펴냄

“엄마, 내 발자국이 말 같은지 한 번 봐.”

제주도 올레 길의 2코스에 있는 광치기 해변에서 아들은 말처럼 뛰었다. 몸을 구부린 채 겅중겅중. 뒤따르는 엄마는 아이의 보폭을 따라잡기 어렵다.

엄마와 아들이 제주 올레 길을 함께 걷고 책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올레’(생각을 담는 집 펴냄)를 냈다. 엄마 임후남씨는 글을 썼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이재영군은 사진을 찍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엄마 임씨는 방과후학교와 학원으로 혼자 있을 틈을 주지 않고 아들의 시간표를 꽉꽉 채우는 ‘워킹맘’이었다. 학원으로 내몰리던 아들은 “학원을 폭파시키고 싶어!”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엄마와 아들 모두에게 올레 길은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었다.

5학년 1학기 때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인 이군의 사진 실력은 서툴지만 신선하다. 그는 “제주 올레 길의 마음을 찍고 싶었다. 올레 길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움직인다.”고 자신의 사진에 대해 설명했다.

소년은 올레 길을 걷고 사진만 찍은 게 아니다. 바다를 만나면 카메라를 내팽개치고 바다로 뛰어가 모래 장난을 하고 물 수제비를 뜬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나면 꼭 한 번씩 쓰다듬어 주거나 한바탕 논다. 꾸밈 없이 노는 소년의 모습은 엄마가 찍었다.

올레 길에 대한 책은 많다. ‘아들과’는 길에 대한 역사와 정보 그리고 감동적인 감상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올레 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온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이 고향인 제주도에 만든 길이다. 임씨는 사단법인 제주 올레 사람들과 선후배 관계로 각별한 사이다. 눈앞에 있는 수영장도 차를 몰고 다니던 저자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걷기에 중독됐다.

책에는 이 땅의 학부모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아이는 집에서와 달리 밭일하던 할머니가 콩나물을 넣고 비벼준 밥을 맛있게 먹을 줄 알고, 길에서 처음 만난 어른과도 쉽게 친구가 되는 등 엄마보다 앞장서서 길을 걷는다.

올레 길을 걷고 왔지만 현실이 쉽게 뒤바뀌진 않는다. 제주도에서 돌아와 최악의 시험성적을 받은 아이에게 엄마는 훈계하고 아들은 “나도 다 안다. 나도 충격”이라며 엉엉 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부모는 대부분 우리도 언젠가 올레 길을 아이와 함께 걸어 보리라는 목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책에는 제주 올레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세한 길 정보와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은 곳이 소개돼 있다. 카페 미루나무와 빛그리미갤러리에서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초대권도 들어 있다. 1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7-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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