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쿠바 국민 아파도 걱정 없다고요?

가난한 쿠바 국민 아파도 걱정 없다고요?

입력 2011-05-28 00:00
업데이트 2011-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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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천국, 쿠바를 가다】요시다 다로 지음/파피에 펴냄

인간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인간적인 삶과 자유를 손에 넣고 행복을 추구할 가치가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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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파키스탄 대지진 현장에 뛰어든 쿠바의 여의사(왼쪽)가 아이들을 진찰하고 있다.      파피에 제공
2005년 10월 파키스탄 대지진 현장에 뛰어든 쿠바의 여의사(왼쪽)가 아이들을 진찰하고 있다.
파피에 제공
진짜 그럴까? 현실은 다르다. 의사와 의료시설이 없는 지역이라면 일단 곤란해진다. 설령 의사가 존재하더라도 고도로 발달된 의료기술 지원이 없으면 건강하고 인간적인 삶과는 거리가 생긴다. 또한 의사와 병원, 의료기술 등을 아무리 잘 갖췄더라도 그 대가로 지불할 돈이 없으면 역시 불가능하다.

‘최소한’ 의료서비스에 관한 한, 추구하는 이상을 현실에서 충족하는 곳이 있다. 쿠바다.

쿠바의 이미지는 이중적이다. 내리쬐는 카리브해의 태양 아래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아바나의 말레콘이건, 길거리에서건 어디에서나 춤을 추는 낭만 가득한 나라다. 또 하나는 미국의 턱밑에서 50년째 경제 봉쇄를 당하며 물자 부족에 시달리며 말살된 민주주의에 신음하는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다. 둘 다 맞을 수도, 둘 중 하나만 맞을 수도, 다 틀렸을 수도 있다.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요시다 다로 지음, 위정훈 옮김, 파피에 펴냄)는 제목 그대로 쿠바의 새로운 면모로서 의료복지에 초점을 맞췄다. 쿠바 의료의 우수성은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으나 이 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한 사례들과 다양한 입장의 언급들을 녹여내 종합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쿠바가 선진 의료복지를 갖추고 혁명 정신을 수출하고, 인도적 박애주의를 공유하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 요시다 다로는 일본 나가노현 농업대학교 교직원이다. 쿠바의 유기농업에 대해 수차례 연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료 체계의 우수성을 접한 뒤 이에 대해 꼼꼼히 발로 뛰며 쿠바 의료서비스 발달의 역사적 배경, 다른 나라와 입체적인 비교 분석 등을 조사, 기록했다. 쿠바와 관련된 저서만 벌써 다섯 권째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금수조치에 의해 물자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쿠바 의료복지 체계의 핵심은 지역예방의료에 있다. 마을에서 환자와 함께 사는 ‘패밀리 닥터’가 평균 75~120가구를 간호사와 함께 돌본다. 오전 진찰 이후 매일 집집마다 방문한다. 여드름 소녀에게는 손을 잘 씻으라고 얘기하고, 조손 가정에 들러서 손자에게는 미국의 아버지한테 편지를 써보도록 하고, 할아버지에게는 혈압을 잰 뒤 염분섭취를 줄이고 운동할 것을 권한다. 생리통을 호소하는 소녀에게는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하자며 ‘폴리클리니코’에 보낼 의뢰서를 쓴다. 패밀리 닥터는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폴리클리니코’라고 부르는 시·군·구 지구진료소로 보낸다. 거기에서도 더욱 정밀한 검사가 판단되면 주 병원, 전국 병원 등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특히 눈여겨봐야할 점은 치료의 기본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점이다. 쿠바 패밀리의료협회에 따르면 개인은 가족, 마을 등 커뮤니티 속에서 생물심리학적인 존재로 존중된다. 약 80%의 질병은 지구진료소 이전에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하나, 다국적 기업의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 의료시장에 맞설 수 있는 자체 선진 의료기술이다. 이는 의료복지를 중심으로 국제적 연대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가난한 나라 쿠바이지만 1000명당 과학자 수는 1.8명으로 유럽연합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생명공학 분야에서만 50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예컨대 세계 최초로 자연다당류를 이용한 인공 합성항원 백신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쿠바 국내는 물론, 제 3세계에 값싸게 공급할 수 있었다. 세균성 수막염, 장티푸스, 뎅기열 등의 발병률 소수점 이하로 막아내는 원동력이었다. 3~4번 접종할 때 드는 20달러는 제3세계 국가에는 대단히 막대한 돈이지만, 쿠바의 백신 개발로 이를 10분의1 이하로 줄였다.

더욱 구체적인 국제의료연대는 따로 있다. 2005년 10월 파키스탄 북부에 7만 5000명이 숨지고, 12만명이 다치는 대지진이 일어났다. 쿠바는 대참사 일주일 뒤 250t의 의약품과 함께 900명으로 구성된 의료원조대를 파견했다. 파키스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치료의 73%가 오직 이 의료원조대에 의해 이뤄졌다. 이듬해인 2006년 5월 인도네시아 자바섬 지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의료원조대가 ‘헨리 리브 국제구조대’다.

이처럼 쿠바가 즉각적인 의료지원을 할 수 있었던 힘은 2005년 8월 미국 남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거부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갖춰진 1500명의 의료진 기틀을 유감없이 활용한 셈이다. ‘헨리 리브’는 100년 전 쿠바가 스페인과 독립전쟁을 벌일 때 쿠바를 지지하며 전쟁에 자원했던 미국 뉴욕 출신 청년의 이름이다. 쿠바의 의료복지와 그 철학은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5-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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