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 펴낸 이만열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 펴낸 이만열 교수

입력 2011-09-17 00:00
업데이트 201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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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한국 문화유산 부활시켜야”

이 땅에는 많은 이방인들이 부대끼며 살고 있다. 생활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이주민이며, 종교적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종교인, 학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학자 등 그 삶의 양식도 다양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문학의 부활과 교육의 개혁이라고 외치는 이방인이 있다. 이만열 (47·미국명 이매뉴얼 페스트라이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최근 낸 책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노마드북스 펴냄)에서도 그의 지론은 또렷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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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를 들고 말하고 있는 이만열 교수. 한국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부활시키기 위해 인문학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자신의 책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를 들고 말하고 있는 이만열 교수. 한국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부활시키기 위해 인문학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책의 부제는 ‘하버드 박사의 한국 표류기’. 부제 그대로 예일대와 타이완국립대, 도쿄대, 서울대에서 한·중·일 3국의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한국의 대학 교수로 살면서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풀어낸, 일종의 한국 사회 비평서다. 그중에서도 교육과 인문학 부분에서 한국과 한국인을 겨냥한 비판과 개선에 대한 주문이 매섭다. 서울신문사 편집국에서 만난 그의 일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분명히 중국, 일본과는 다른 친화의 사교력을 갖고 있어요. 큰 장점이지요. 미국,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을 비롯한 한류가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현상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한류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과학 기술은 구석구석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그 우수성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아 아쉽다고 한다. “한국은 전쟁 후 압축성장을 통해 기적과도 같은 지금의 모습과 역량을 일궜지만 인문학적 교육을 소홀히 해 삶의 질과 정신적 가치를 상실했습니다.” 외형의 성장에 매몰된 내적 가치의 소멸은 성장의 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란 주장이다.

숭산 스님에게 감화돼 한국 선불교에 귀의해 지금은 독일에서 선원을 이끌고 있는 현각 스님과는 예일대 동기.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뒤 한국 문화에 깊숙이 빠져들었다는 점도 두 사람이 갖는 공통점이다. “현각 스님은 한국 불교에 빠졌고, 나는 한국 유교에 젖어 살고 있는 셈이지요. 한국과 한국 문화가 좋아 살고 있는 점은 같지만 한국의 지식인으로 살고 싶다는 점은 현각과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낳은 1남 1녀도 모두 국제학교가 아닌 한국 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아시아의 변방이 아닙니다.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기 위해, 한국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는 멀리 있는 명제가 아니라 당장 부대끼고 해결해야 할 현실의 문제입니다. 한국인들도 더 멀리 보고 세상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아량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한’은 크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더 큰 나라가 돼야지요.”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교육은 큰 문제라고 거듭 말한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10편을 영어로 번역했고 하버드대 박사학위의 주제도 ‘중국의 통속소설이 한국과 일본에 미친 영향’이었다.

한국 문화는 고전, 현대를 가리지 않는 모든 영역에서 뛰어나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외국에 알리려 들지도 않는 점이 항상 아쉽단다. “뜨거운 음식을 먹고도 ‘시원하다’는 표현을 쓰고, 친구를 ‘웬수’라 부르는 반어법은 한국 문화의 유연함과 풍요로움을 엿볼 수 있는 큰 단초이지요.” 미래의 학문과 관심 영역이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이 교수. 시대에 머물지 않는 세상의 순환 원리며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인문학이야말로 한국의 찬란한 자산과 문화유산을 새롭게 부활시킬 지렛대라고 말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지요.”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2011-09-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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