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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했던 그녀, 사악함 어디서 배웠지?

착했던 그녀, 사악함 어디서 배웠지?

입력 2011-10-01 00:00
업데이트 2011-10-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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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연쇄 살인범이 되었나】슈테판 하르보르트 지음 알마 펴냄



여성이 연쇄 살인을 한다? 살인이야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겠지만 ‘살인범’하면 대개의 경우 남성을 떠올린다. 사회적으로 ‘남성 폭력’에 대해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하여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처럼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여성이 가진 ‘여성성’이라는 이미지와 ‘모성애’나 ‘어머니’로 대변되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그렇다. 또한 여성은 착하고 가정적이며 따뜻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연쇄살인을 했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왜 연쇄 살인범이 되었나’(슈테판 하르보르트 지음, 김희상 옮김, 알마 펴냄)는 여성의 범죄 성향이 갖는 특수성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드물기는 하지만 여성과 남성 사이의 범죄 통계적 차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지금까지 학문적으로 거의 취급되지 않은 부분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 살인범이 살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동기, 그리고 사건의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함으로써 범행에 가려져 있던 그녀들의 진짜 얼굴과 속내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삼각관계에 빠져 남편을 죽인 경우와 영아 살해에 대한 연구와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도대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이는 엄마는 어떤 여자일까. 왜 그런 일을 벌어야만 했을까. 또한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독일 사회를 15년 동안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모니카 뵈트커 사건(두 딸 살해), 갓난아이를 아홉 명이나 죽인 영아살해 사건, 절도와 17명을 살해한 여성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의료인이나 간병인들이 저지르는 살인의 경우에 대해서도, 원인과 현상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우리는 이런 경우 범죄행위나 범인과는 무관하게 여성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을 밝히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여성 살인범의 사악함이란 일종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범죄를 다뤄왔지만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는 현상을 그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강제한 것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범행상황과 그것이 빚어진 주변 조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만 4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2011-10-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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