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포기한 곳… ‘셀럽시티’ 되다

국가도 포기한 곳… ‘셀럽시티’ 되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3-01-27 00:31
수정 2023-01-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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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도시 메데진/박용남 지음/서해문집/264쪽/1만 8500원

마약 찌든 콜롬비아 제2의 도시
정치인과 시민 힘으로 혁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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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도시 메데진
기적의 도시 메데진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Medellin·외래어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메데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약 도시로 인식됐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메데진 카르텔’로 알려졌던 세계 최대 마약 조직의 근거지이자 하루 평균 16명이 살해되는 ‘폭력의 수도’였던 곳이다.

‘국가가 포기한 도시’로까지 불리던 메데진은 그러나 뉴욕, 서울 등 전 세계 도시들이 롤모델로 삼은 이른바 ‘셀럽시티’로 다시 태어났다. ‘기적의 도시 메데진’은 한때 ‘마약의 수도’로 불리다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로 환골탈태한 메데진의 도시 재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그늘 아래 신음하던 메데진의 부활을 이끈 요인으로 혁신적 리더십(정치인과 도시계획가)과 비전(도시침술과 사회적 도시계획), 도시 내 연결성과 이동편의성을 아우른 생태 친화적 교통 시스템, 시민들의 주거·문화·교육적 요구를 훌륭하게 담아낸 건축 등을 꼽았다.

여기에는 세르히오 파하르도 등 역대 메데진 시장들의 리더십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파하르도 시장은 ‘도시침술’(특정 지역에 자극을 줘 주변까지 되살리는 도시재생 기법)과 사회적 도시계획이라는 독창적 비전을 제시했고, 엘리트 의식으로 꽉 찬 정치인과 도시계획가, 건축가, 예술가 집단을 적절히 조율하며 도시재생을 이끌었다.

메데진 시민사회는 적임자를 리더로 선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도시계획에 적극 호응했다. 이를 통해 보테로 도서관 공원과 같은 탁월한 공공 건축물들이 속속 들어설 수 있었고, 이는 메데진 시민들에게 빈부와 계층을 넘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자긍심과 일체감을 안겼다.

물론 그늘이 완전히 걷힌 건 아니다. 저자는 인구 급증에 대비한 주거 문제 해소와 먹거리 확보,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적 특성에 대한 대책 수립, 급수 등 사회 인프라 확대, 교통체계의 기후친화적 개편 등을 과제로 꼽았다.
2023-01-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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