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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 어벤저스’가 그랬듯…AI, 인류에 빛일까 어둠일까

20세기 ‘과학 어벤저스’가 그랬듯…AI, 인류에 빛일까 어둠일까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4-28 02:35
업데이트 2023-04-28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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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토비아스 휘터 지음/배명자 옮김
흐름출판/480쪽/2만 9000원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존 에이거 지음/김명진·김동광 옮김
뿌리와이파리/848쪽/4만 2000원

흑체복사·상대성이론·양자역학
‘물리학 전성시대’로 이끈 성과들
‘원폭 투하’ 최악의 역사도 만들어

시장 요구가 현대과학 발전 동력
과학자, 시장의 요구 부추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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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전율을 느낄 것이다. 막스 플랑크, 마리 퀴리, 콘라트 로렌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폴 디랙, 루이 드브로이, 닐스 보어, 에르빈 슈뢰딩거,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오언 리처드슨, 윌리엄 브래그, 아서 콤프턴, 파울 에렌페스트 등 참석자 29명 중 17명이 노벨과학상 수상자다. 이 외 인물들도 이공계 대학 교과서에 이론과 공식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진은 ‘인류 역사상 다시 없을 천재들의 모임’이나 ‘과학 어벤저스 모임’이라고 불린다. 위키피디아 제공
1927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전율을 느낄 것이다. 막스 플랑크, 마리 퀴리, 콘라트 로렌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폴 디랙, 루이 드브로이, 닐스 보어, 에르빈 슈뢰딩거,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오언 리처드슨, 윌리엄 브래그, 아서 콤프턴, 파울 에렌페스트 등 참석자 29명 중 17명이 노벨과학상 수상자다. 이 외 인물들도 이공계 대학 교과서에 이론과 공식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진은 ‘인류 역사상 다시 없을 천재들의 모임’이나 ‘과학 어벤저스 모임’이라고 불린다.
위키피디아 제공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역사는 어떤 이에게는 찬란했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절망의 시대로 기억되기도 한다. 과학의 역사에도 이런 양면성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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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의 부제가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라고 붙은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19세기 말 물리학계에서는 ‘물리학의 완성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기대감과 함께 ‘더이상 연구할 것이 없는 한물간 학문’이라는 인식이 공존했다. 그렇지만 20세기 시작과 함께 그런 생각에 균열이 시작됐다. 이제는 연구소 이름으로 더 익숙한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1900년 10월 7일 수많은 과학자가 찾아 헤맸던 흑체복사 공식을 만들어 냈다. 사생활에서도 학문적으로도 보수적이었던 플랑크는 자신의 발견이 그토록 지켜 왔던 근대 물리학의 체계를 뒤흔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플랑크가 흑체복사 이론을 만든 1900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는 1945년까지 현대물리학의 역사와 주요 장면, 인물을 시간순으로 보여 준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이 세워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묘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20세기 초반을 ‘경이로운 시대’로 만든 성과들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인류를 두려움을 떨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대 과학기술학(STS) 교수 존 에이거가 쓴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기술한 내용을 포함해 냉전시대 우주개발 경쟁, 사이버네틱스, 인공지능, 생명공학까지 최근 100년을 훌쩍 넘는 시대 전반의 과학사를 살펴보고 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와는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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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과학의 발전은 이전 시대처럼 과학자의 호기심과 의욕이 추동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라는 시장의 필요에 따라 발전해 온 부분이 더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과학자들이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이끌려 갔다는 시각이 강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면도 있지만 과학자 스스로 국가와 시장의 필요를 부추겨 왔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는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의 연구에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과학기술정책 형성 과정에도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시민과학’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여러 과정에 대중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과학 성과에 맹목적으로 열광을 보내는 태도보다는 과학기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우선돼야 한다. 물론 대중이 과학자들처럼 어려운 과학이론을 일일이 알 필요까지는 없다. 현대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돼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이 두 책은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

유용하 기자
2023-04-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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