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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눈높이로 전한 삶의 지혜…‘번역의 힘’으로 재탄생한 그림 동화

민중의 눈높이로 전한 삶의 지혜…‘번역의 힘’으로 재탄생한 그림 동화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09-21 13:30
업데이트 2023-09-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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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1·2권)

야코프·빌헬름 그림 형제 지음/전영애·김남희 옮김/민음사/728쪽·980쪽/3만원·3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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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을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 김남희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등 두 독문학자가 새로 번역해 펴낸 ‘그림 동화’ 민음사 제공
그림 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을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 김남희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등 두 독문학자가 새로 번역해 펴낸 ‘그림 동화’
민음사 제공
“민중 문학의 서사적인 바탕은 온 자연을 아우르며 층층으로 펼쳐진 초록 풀밭과 같다. 지침 같은 것이 없어도 충만하고 부드러운 풀밭 말이다.”

독일의 언어학자인 야코프·빌헬름 그림 형제는 전쟁 후 황폐해진 독일의 정체성, 민족의 뿌리를 찾기 위해 독일 전역에서 채집한 민담집 ‘그림 동화’를 펴내며 서문에 이렇게 썼다. 200여년 전의 그림 동화가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다양한 감정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이처럼 ‘민중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지고 구전되면서 응축된 삶의 지혜 때문이다.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백설공주’, ‘신데렐라’, ‘황금 거위’ 등 세계인의 어린 시절 다채로운 이야기의 샘물이 되어준 ‘그림 동화’는 그 친숙함 만큼 ‘세계문학사에서 큰 자릿값을 갖는 책’이다. 하지만 디즈니 만화 등으로 익숙한 몇몇 이야기들 외에도 그림 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인 1958년 7판 정본에는 238편의 방대한 서사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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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에서 독일의 인상주의 풍경화가이자 동화책 삽화가인 오토 우벨로데가 그린 ‘헨젤과 그레텔’ 삽화. 민음사 제공
‘그림 동화’에서 독일의 인상주의 풍경화가이자 동화책 삽화가인 오토 우벨로데가 그린 ‘헨젤과 그레텔’ 삽화.
민음사 제공
이 판본을 아시아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수상한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 김남희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등 국내 대표 독문학자 2인이 2918년부터 5년간 번역해 재탄생시켰다. 두 역자를 그림 동화 번역의 적임자로 꼽아 공을 들이며 출간에 큰 역할을 한 스위스 민담·동화 연구가 알프레드 메설리 전 취리히대 사회문화학과 교수의 자문으로 깊이가 더해졌다.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그림 동화’ 번역본은 독일어가 아닌 영어 번역본에서 출발해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를 드러내거나, 독일어 번역에 치중하며 번역 투가 역력하기도 했다. 반대로 자연스러운 한국어 번역에 무게를 더 두는 과정에서 독일어 특유의 표현이 다수 윤색되기도 했다.

이에 주목해 역자들은 원문에 최대한 가깝게 충실히 번역하는 데 신경 썼다. 또 동화 문장 어미에 주로 붙는 존댓말을 대신 평서문으로 문장을 귀결시켜 긴박하고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더 생생히 부각시켰다. 독일어, 독일 문화권의 토양에서 배어나온 자연스러운 ‘낯설음’은 그대로 보존했다.

어리석고 악랄한 인물들도 등장하고, 잔혹하거나 황당무계하거나 급하게 봉합되기도 하는 이야기들은 미화되지 않고 도덕적 판단도 배제돼 있다. 이에 구전 서사 본연의 힘이 더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교수는 “독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들꽃 같은 이야기의 원형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줌으로써 타인을 받아들이고 품는 관용을 깨우치게 하고 불가해한 삶의 진실을 열어보인다.

전체 238편 가운데 34편에는 전 교수의 구연 동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큐알 링크도 실려 있다. 민음사는 오는 10월 14일 전 교수가 직접 지어 운영하는 경기 여주 여백서원에서 부산 동서대 연극학과 연기자들이 독자들에게 그림 동화를 구연으로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한다.

독일의 인상주의 풍경화가이자 동화책 삽화가인 오토 우벨로데의 삽화 400여점을 통해 당시의 풍경과 인물, 동물을 감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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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에서 독일의 인상주의 풍경화가이자 동화책 삽화가인 오토 우벨로데가 그린 ‘브레멘 시민 음악대’ 삽화. 민음사 제공
‘그림 동화’에서 독일의 인상주의 풍경화가이자 동화책 삽화가인 오토 우벨로데가 그린 ‘브레멘 시민 음악대’ 삽화.
민음사 제공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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