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하는 방

입력 2020-05-19 17:30
업데이트 2020-05-20 04:0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시는 위로다] <8>정우신 시인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며 공원을 빙빙 돌고

달고나 커피를 만들며
지구가 도는 것을 느껴본다

패션 프루트 같은 바이러스

자신의 사라진 얼굴을 찾는데
이름 없는 생물과 호흡이 섞여
기침이 나오는데

나는 방금 당신을 지나친 것일까

찻잔이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다

챌린지라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 있는 중력

청을 담그고
치즈 케이크를 만들고

어느 날 나는 당신이 좋아지고
사랑에 갇힌 내가 괴롭고

낮달처럼
빈 눈동자만 남은 우리

아이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길고양이에게 내민다

고양이는 동네 골목을 돌고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웃어본다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전집』, 민음사, 2018.
이미지 확대
정우신 시인
정우신 시인
■정우신 시인은

1984년 인천 출생. 2016 ‘현대문학’으로 등단.

2018년 시집 ‘비금속 소년’ 출간.
2020-05-20 23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