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 타협에 인색하지 마세요”

“사춘기 자녀와 타협에 인색하지 마세요”

입력 2010-06-21 00:00
업데이트 201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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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빈번한 자살과 ‘알몸 졸업식’ 등의 일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이 깊다. 아이의 잘못을 무작정 꾸짖자니 반항심만 키울까 걱정되고, 그냥 놔두자니 잘못 키우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이와 관련,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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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학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53.9%에 그쳤다. OECD 회원국가 중 최하위다. 통계청 자료는 더 놀랍다. 국내 청소년의 8.9%는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했으며, 같은 기간 급우나 또래로부터 협박·금품갈취 등 폭력 피해를 본 중고생도 7%나 됐다. 또 인천시 정신보건센터에서는 중고생의 20.4%가 우울증 소견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로 전문가나 부모와 상담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게다가 사춘기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부모 입장에서도 공부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과 게임 때문에 부모 세대와 단절돼 버린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답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운선 교수는 “청소년과 어른의 뇌는 다르다.”면서 “청소년기에는 전두엽의 신경이 완전하게 이어지지 않아 두려움과 같은 신호를 뇌의 이성본부가 아닌 감정본부에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과잉반응과 감정적 폭발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는 어린 뇌가 어른 뇌로 발전하는 시기여서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유한익 교수는 “사춘기 때는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정신건강 문제가 더 악화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성인기의 문제가 보이기도 한다.”면서 “따라서 부모는 이런 아이들을 살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행동을 냉정하게 짚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사춘기 자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인제대의대 박은진 교수는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할 때는 자녀의 감정을 부모가 수용해 감정 중추가 편안해지도록 유도한 다음 행동은 제한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면서 “부모는 아이와 타협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그 과정을 아이가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귀담아 듣는 것”이라면서 “그러지 않으면 청소년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둬 결코 벽을 허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2010-06-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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