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주앙처럼 진짜 바람기있어 보인대요”

“동 주앙처럼 진짜 바람기있어 보인대요”

입력 2011-03-18 00:00
업데이트 2011-03-1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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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에 명동서 부활한 연극 ‘동 주앙’ 주인공 맡은 이율

2007년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두명의 남자 ‘나’와 ‘그’가 벌이는 2인 심리극, 뮤지컬 ‘쓰릴 미’ 초연에는 4명의 주연 배우가 있었다. 류정한, 김무열, 최재웅, 이율. 뮤지컬 스타들 속에 끼어 있는 낯선 이름, 이율. 그렇게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더니 이후 뮤지컬 ‘김종욱 찾기’, ‘퀴즈쇼’, 연극 ‘나쁜 자석’ 등 쉬지 않고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키워 왔다. 올 봄, 그가 ‘옴므 파탈’(나쁜 남자)로 변신했다. 32년 만에 서울 명동에서 부활한 연극 ‘동 주앙’에서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시대의 반항아인 주인공 동 주앙 역을 맡은 것. 185㎝의 큰 키에 깊은 눈매, 분위기 있는 목소리를 지닌 이율(27)을 지난 16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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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동 주앙’에서 주인공 동 주앙 역을 맡은 이율이 연극 포스터에 손을 얹은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동 주앙’에서 주인공 동 주앙 역을 맡은 이율이 연극 포스터에 손을 얹은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주변에서 진짜 동 주앙스럽다고 말하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 바람기 있어 보인다나요.”

농담 끝에 활짝 웃는 이율은 이내 정색하고 “동 주앙은 가식 없고 순수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잘 놀다가도 새 장난감이 생기면 바로 그거에 꽂혀 집중하잖아요. 죄의식 없이 여러 여자를 만나는 동 주앙도 그런 아이 같은 면이 있어요.”

그는 시종일관 무대에서 원로배우 권성덕(동 주앙 아버지), 중견배우 정규수(동 주앙의 시종)와 ‘합’을 겨룬다. 하지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율은 “‘동 주앙’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한 느낌”이라면서 “무대가 예전보다 조금 편안해졌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실상 극을 혼자서 이끌어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만큼 그는 무대에서 관객과 꽤 많은 시간 호흡한다. 그에게 꽃을 받고 싶거나 퇴짜놓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객석의 맨 앞자리를 고수할 필요가 있다.

“공연 때마다 앞자리 관객들에게 꽃을 건네는데 어떤 분은 매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분은 부끄러워하며 안 받기도 해요.”

“관객의 반응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그는 “어차피 복불복”이라며 또 한번 환하게 웃었다.

배우를 꿈꾼 것은 고등학교(계원예고) 때. 영화배우 황정민, 조승우 등이 학교 선배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데뷔 이후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때는 가사를 잊어버린 적도 있어요. 연습기간이 3주밖에 안 되다 보니 역시 실수가 생기더라고요. 슬픈 노래를 여주인공과 함께 불러야 하는데 가사가 기억이 안 나 ‘랄랄라’로 일관했죠. 다시는 그러지 말자 다짐했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연극 ‘나쁜 자석’을 할 때 대사를 또 한 번 크게 날렸죠. 동화 한편을 읽어줘야 하는데 첫머리와 끝머리만 읽고 중간 부분은 통째로….”

그런데 신기하게 그런 와중에도 관객들의 작은 대화가 다 들린단다. “이걸 어쩌지, 하는 마음보다 관객들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이게 더 궁금해 객석의 반응을 살피게 돼요.” 다소 뻔뻔한 모습이 동 주앙과 닮았다고 하자 “그렇다.”며 바로 인정한다.

영화에도 도전한다. 안성기, 김명민과 함께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 캐스팅된 것. “마라토너 옆에서 함께 달리며 페이스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페이스 메이커인데 영화는 그 페이스 메이커에 관한 이야기예요. 영화는 처음이라 솔직히 긴장됩니다.”

마라토너 중 한명으로 나오는 그는 김명민과 함께 마라토너 이봉주 트레이너에게서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다. 쉬는 날에는 서울 종합운동장 등에서 맹연습한다고.

“뒷골목 양아치부터 고급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써는 귀족남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한석규 같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3-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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