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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대지진 참사 1년] 갱들에 총대신 삽을… 희망을 꽃피우다

[아이티 대지진 참사 1년] 갱들에 총대신 삽을… 희망을 꽃피우다

입력 2011-01-11 00:00
업데이트 2011-01-1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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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3명이 맺은 ‘3색 인연’

카리브해의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는 여전히 절망의 땅이다. 지난해 1월 12일(현지시간) 진도 7.0의 강진이 역사의 시계를 수십년 뒤로 되돌린 뒤 꼬박 1년이 흘렀지만 복원은커녕 콜레라까지 번져 상처가 되레 덧났다.그러나 희망은 있다. 한국의 구호팀들은 아이티 재건 현장의 중심에서 기적을 일구고 있다. 아이티 지진 참사 1년을 이틀 앞둔 10일 재건을 도우며 아이티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한국인 3인의 땀의 현장을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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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정 굿네이버스 지부장

권기정(35) 굿네이버스 지부장은 지난해 연말 네살배기 아이티 소녀 킴벌리를 처음 봤을 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한 고아원에 8개월째 머물러 있던 킴벌리는 옴에 걸려 살갗에 피고름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지진 이후 부모와 생이별한 소녀는 보건소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 머문 권 지부장과 팀원 3명은 희망의 학교짓기 작업에 한창이다. 활동 근거지인 시티솔레가 폐기물 매립지이기 때문에 쓰레기 더미 위에 미래를 쌓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지역아동 70%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데 현재 건설 중인 초등학교 2개가 완공되면 가난한 아동 1120여명이 공부할 터를 얻게 된다.

또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캐시 포 워크’사업을 통해 갱 단원들이 총 대신 삽을 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권 지부장은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콜레라가 유엔 주둔군 탓에 유입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반(反)외국인 정서가 일부 퍼졌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아이티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볼 때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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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 소장

송인엽(57)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장도 아이티 공무원인 페레츠 펠트롭(40)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농림수산부 서기관인 펠트롭은 송 소장의 도움으로 선·후배 9명과 함께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아 3주간 공무행정을 배웠다. 수산 정책 등에 대한 선진 기술을 배운 것도 수확이지만 그보다 60여년 전 아이티로부터 지원받던 최빈국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적잖은 자극을 받았다. 송 소장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우리나라식 원조가 아이티 공무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30여명의 현지 공무원을 한국에 초청해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소장은 우리 정부가 아이티에 지원하기로 한 1250만 달러(약 140억 6800만원)를 현장에서 직접 집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 용역을 받은 KT가 폐허가 된 아이티 내 최대공단인 소나피 지역의 전기시설 복구를 주도, 산업의 대동맥에 새 숨을 불어 넣고 있다. 송 소장은 “아이티가 먼 나라가 아니다. 대지진 이전에는 이 나라 수출의 50%가량을 한국인이 운영하는 봉제공장들이 담당했다.”면서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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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단비부대 대위

이준엽 대위(38)는 두 달 전 자신의 손을 부여잡으며 연신 “고맙다.”고 말하던 알렉시스 산토스(60) 아이티 레오간시 시장을 잊지 못한다. 아이티 복구 임무를 받고 급파된 한국군 단비부대 소속인 이 대위가 산토스 시장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1월. 당시 허리케인 토마스가 레오간시를 강타, 강둑이 터지면서 인구 1000여명이 살던 마을이 물에 잠길 위기에 놓였었다. 오후 11시가 넘어 구호요청을 받은 이 대위 등 단비부대원은 현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동틀 때까지 긴급복구작업을 벌였다. 산토스 시장은 이 대위를 “슈퍼맨”이라고 치켜세우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현지에서 의료 활동과 함께 지진 잔해제거 및 우물파기 등 재건 작업을 돕는 단비부대는 지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대위는 아이티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아이티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을 만큼 높았다. 60년 전 아이티 도움을 받았던 최빈국 대한민국이 빠르게 성장했듯 아이티에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후원문의 : 굿네이버스 1599-0300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1-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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